10월 19일 발표가 유력했던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계획 발표가 늦춰졌다. 강력 투쟁을 예고한 의료계 행보에 부담을 가진 정부가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은 1000명 이상 늘리는 방안을 이날 직접 발표할 것으로 관측됐다. 정원 확대 방침은 분명히 했지만 이날 구체적인 증원 규모 및 시기는 공개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충북대병원 개신문화관에서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를 주재, "국민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필수·지역 의료를 살리는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지역필수의료 붕괴, 의료격차를 지적하고 의료인력 확충 및 인재 양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의대 증원 방안은 발표되지 않았다.
일방적 증원 발표 소식이 전해진 뒤 총파업이 거론될 정도로 의료계 반응이 심상치 않자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밀어붙이기 정책 추진’이라는 비판을 의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브리핑에서 “의사가 부족하니 늘리면 된다고 얘기하지만, 숫자를 뽑는 과정은 쉽지 않다”고 입장을 전했다.
증원 규모 발표 시점에 대해 안 수석은 “의대들의 추가적인 증원 요청 및 수요 조사를 거쳐 예비 신청을 곧 받게 될 것”이라며 “이를 취합해 전문가 의견과 맞춰 얘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관철을 위해선 파업 등으로 이를 무산시킨 의료계 반발을 넘어서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정부는 우선 의료계에 당근책을 제시했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조규홍 장관이 직접 필수의료 수가 인상, 근무여건 개선, 안정적 진료환경 조성 등 필수의료 패키지 집중 지원을 약속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대 증원 규모 발표 늦춰지자 대응 수위 조절
이틀 전만 해도 ‘집단 휴진’까지 시사한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하지 않자 대응 수위를 낮췄다.
의협은 “정부와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필수의료 현장의 실질적인 취약점을 개선하겠다”며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다.
당초 복지부는 내달 2일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의대 정원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이달 26일로 일주일 앞당겼다.
2025학년도부터 의대생을 더 많이 뽑으려면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모든 절차가 마무리돼야 한다. 4월에는 각 대학이 수시모집 요강을 발표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정원 확대를 원하는 의대들로부터 신청을 받는 수요 조사부터 조만간 시작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날 의과대학 수용 역량과 입시 변동 등을 고려, ‘단계적으로’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현장에서 학생을 가르치기 위해선 교원 수나 물리적 여건 등이 필요하다”며 “500명, 1000명 같은 숫자는 아직 최종 의사 결정을 하지 않았다. 목표가 되는 숫자와 현실에서의 수용 가능성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파업 같은 일이 없도록 열심히 협의에 임하겠다”면서 “대통령도 의사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밝혔기 때문에 정부가 의지를 갖고 2025학년도 입학정원에 꼭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