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확대 논란이 때아닌 낙수과(落水科) 논쟁을 유발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가 낙수효과를 불러 필수의료 지원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 기대를 정면 비판하는 목소리다.다른 의미로는 현재 필수의료 등 비인기과를 지칭하는 의미로 향후 인기과 경쟁에 밀릴 후발 선택 과를 낮춰 일컫는 의미로도 활용된다.
27일 의료계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의대정원 확대 논란에 따른 정원 확대 후속 기대인 낙수효과를 비판하는 주장들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의대 정원확대 정책을 두고 구체적 유인책과 입시 세대의 제대로 된 의식 반영 및 분석없이 급하게 정책을 추진, 비판론이 제기된다.
물론 찬성 의견도 다수 관측되지만 상당수 찬성론자도 세밀한 유인책이나 정책설계 없이는 낙수효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우세한 분위기가 감지되는 상황이다.
실제 某소셜네트워크에서는 한 의사 발언이 주목받았다. 다소 강한 어조이지만, 현실적인 방향성을 짚었다는 점에서 많은 공감을 얻었다.
A 의사는 "정부 의도대로 인기과 경쟁에서 낙오된 의사들이 사람 목숨을 살리는 필수과를 지원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설령 이뤄지더라도 경쟁에서 밀린 의사들이 지방에서 암 치료와 수술을 하는 병원이 서울병원 상경 인원을 실질적으로 막을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가성비 떨어지는 필수의료과에 워라벨 중시하는 젊은세대 지원 안할 것"
또 필수과의 현행 문제인 하이리스크와 로우리턴 측면도 지적했다. 쉽게 말해 가성비가 떨어지는 과를 워라벨을 중시하는 현행 세대가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주요 필수 의료과 중 대표 격인 소아청소년과도 낙수효과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의대생을 증원하면 피부, 미용 의료에서 밀려난 사람이 소청과로 하향 지원을 한다는 얘기인데 이는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낙수효과에 근본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나왔다.
소청과학회 강훈철 학술이사도 "할 게 없으면 소청과 의사라도 한다는 개념이 낙수효과의 현실인데 현재 상황은 이렇게 단순히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며 "현재 소청과는 의사 수가 부족보다는 실질적 유인 요인이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소청과와 함께 대표적 필수의료로 거론되는 산부인과도 비판적 시선은 마찬가지다. 산부인과의 낮은 수가와 높은 기소율, 민사 배상률 등 총체적 문제가 지목됐다.
직선제산부인과개원의사회 김재유 회장은 "우리나라는 저수가임에 기소율과 민사 배상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의대 정원 확대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필수과에 기여할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고 힐난했다.
"필수의료 의사 배출에 10년 소요, 새로운 정책 혼돈 초래"
의대정원 확대 효과를 제외해도 긴 양성 기간 역시 주요 문제로 거론된다. 이에 따라 여러 정책적 대안이 설왕설래하고 있다.
실제 소청과학회가 발표한 수련실태조사에는 이 같은 위기감이 그대로 반영됐다. 이미 24시간 응급진료가 가능한 소청과 의료기관 비율은 27.4%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소청과학회는 “소아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후속대책이 발표됐으나 전공의 유입까지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부족은 지속적으로 악화돼 정상적 의료현장 진료 유지를 위한 추가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물론 전공의 보충까지 당장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치 않지만, 필수의료를 책임질 시급한 인력 보충과 전문의가 양성까지 숨 고를 필요한 시간인 셈이다.
이에 한의사 인력까지 추가로 포함하는 안까지 국회에서 검토 중이지만, 의료계와의 견해 차이로 현재 가능성은 미지수다.
한의계는 관련 토론회에서 “한의사가 건강검진에 참여하게 되면 필수 의료인력을 탄력적으로 재배치할 수 있어 국가 보건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피력했다.
某학회 B 관계자는 “10년의 장기적 양성 계획과 더불어 단기적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며 "의료현장 어려움을 해결치 못하면 도미노식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