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제 개편이 모든 의과대학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제도 변화와 함께 교육환경 및 의료시스템 등을 아우르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양은배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정책연구소 부소장[사진]은 지난 16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서울대학교 암연구소 2층 이건희홀에서 '의과대학 통합 6년 학제 개편 :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개최한 정책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의예과는 의대생으로서 기본 의학과정을 이수하기 전(前) 의사로서 갖춰야 할 인문사회의학 교육과 과학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 기초적인 과학지식을 습득하는 기간이다.
양은배 부소장은 "그간 발표된 연구 결과를 보면 의예과 학생들은 정체성도 부족하고 학습동기가 낮다는 문제가 있다"며 "의예과는 의학과와 교육과정 및 교육성과 등에 있어 연계가 결여됐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의예과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검토가 부족하고 의예과 2년 동안 학생이 성취해야 할 학습 목표가 없기 때문"이라며 "과거 교육제도를 답습해 의예과를 의학과로 진입하기 위한 통과절차로 운영한 영향도 크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가 대두되자 교육부는 지난 6월 의과대학 예과(2년)와 본과(4년)를 6년제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편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대학 선택에 따라 ▲1년(예과)+5년(본과) ▲3년(예과)+3년(본과) ▲통합 6년 등으로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으며 내년 초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통합 6년제 운영 시 ▲예과와 본과로 분절된 교육과정 정상화 ▲학생 학습 태도 개선 ▲선택 교육과정 확대 ▲전문직으로서 직업정체성 ▲의사과학자 양성 촉진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학별 편제 적합성 문제 및 등록금 인상 등 고민 필요"
하지만 양은배 부소장은 "통합 6년제 개편이 이뤄져도 대학이 편제 적합성 문제를 고민하지 않으면 의과대학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본주의에 기반한 기초소양 교육과정 운영과 의과대학 교육과정 모듈화를 통한 편제간 연계성 강화, 전문성 강화 등이 필요하다"며 "사회적으로 중요성이 높아지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 트랙 또한 개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6년제 개편과 관련해 일부 학생들은 큰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있어 학업부담 완화 및 학습동기 향상을 위한 성적평가제도 개선 역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 부소장은 6년제 개편으로 인한 등록금 인상 또한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제가 개편되면 이를 위해 대학이 어느 정도 재원을 투자할 것인지 또한 중요하다"며 "현재 23개 의과대학은 등록금 대비 교육 관련 재정 비율이 20% 미만으로 굉장히 열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 따라 의예과와 의학과 등록금이 같은 곳도 있지만 국립대학 등은 차이가 크다"며 "이들 대학은 의학과 기준으로 등록금을 인상할 것인지 이것이 바람직한 방향인지 등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학제 개편 100년 소요, 향후 100년 목표로 의료계와 적극 협조"
정부는 의과대학 6년제 개편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의료계와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송양수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장은 "6년제 개편은 유연성과 연속성을 바탕으로 진행된다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기 위해서는 지금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과대학 학제 개편에 100년이 소요됐듯이 향후 6년제 모형 또한 100년을 목표로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6년제로 전환과 관련해 기초소양이나 교양교육 축소, 학업부담 증가 등 다양한 우려가 있다"며 "복지부는 이러한 부분이 잘 완화될 수 있도록 한국의과대학협회 등과 적극 논의하며 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서효정 교육부 대학운영지원과 사무관도 "현행 의과대학 교육 체제는 의학과 수업이 타이트해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없다는 등의 문제가 있다"며 "대학이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운영해 다양한 의학과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어 "의과대학 학제 개편으로 임상의사에 치중된 의과대학 학생들의 진로가 다양화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