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및 필수의료 공백, 필수의약품 부족 등 의료공급 위기가 국민 생명‧건강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국민건강보험 수가체계 전면 개편에 나선다.
수도권 및 대형병원 쏠림에 따른 지역의료 공백, 진료량 감소 및 보상수준 불균형으로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대두되고 현행 지불제도가 유발하는 구조적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데 따른 조치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4일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을 발표, 중장기 건강보험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상체계는 진찰, 검사, 처치 등 개별 의료행위별로 수가를 매겨 지급하는 ‘행위별 수가제가 기본 틀이다. 이는 진찰과 검사, 처치 등 개별 의료 행위별로 수가를 매겨 지급하는 방식이다.
건보가 매년 병의원, 약국 등 유형별로 협상해 결정하는 '환산지수'에 행위 가치를 업무량과 인력, 위험도 등을 고려해 매기는 ‘상대가치점수’를 곱하고 여기에 각종 가산율을 반영해 책정된다.
의료이 많을수록 보상이 많고, 인력보다 장비에 더 보상이 집중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로 인해 일부 의료기관이 과잉진료를 유도하기도 하고 중증·응급 공급 부족으로 의료 질 저하와 필수의료 붕괴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부는 획일적인 수가 인상 구조를 탈피해 고위험·저평가 항목에 대한 상대가치 점수를 인상할 예정이다. 이전에는 진료 ‘행위’에 대해서만 일괄적으로 수가를 적용했다면, 필수의료 분야의 ‘가치’에도 수가를 적용하게 된다.
이와 함께 필수의료를 강화하기 위해 대안적 지불제도와 보완형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하는 등 진료행위에 대한 수가체계도 대폭 손질한다.
의료행위 난이도와 위험도, 시급성, 의료진 숙련도와 당직·대기 시간, 지역 격차 등도 보상될 수 있도록 한다. 행위별 수가만으로는 보상이 불충분한 의료 행위에 대해 공공정책수가를 더해 추가적인 보상을 하는 방식이다.
공공정책수가는 분만 인프라 강화를 위한 지역안전수가, 안전한 분만 환경 조성을 위한 안전정책수가, 고위험 분만에 대한 정책 등에 적용된다.
얼마나 진료했냐가 아닌 의료의 질, 성과 달성에 따라 보상을 달리 제공하는 대안적 지불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이미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이나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을 통해 이를 적용하고 있다.
의료질 평가지원금 등은 기관별 성과에 비례한 보상으로 개편한다. 각종 평가 관련 재원을 통합헤 약 1조5000억원 규모 재원을 조성한다. 성과보상의 획기적 확대로 의료 질 개선 및 성과 달성의 실질적인 유인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의료서비스 지원체계 개선…병의원 많이 이용시 부담률 높이고 잘안가면 건보료 환불
의료격차 해소와 건강한 삶 보상을 위해 의료서비스 지원체계를 개선한다. 국립대병원 등 거점기관 중심으로 지역 의료기관간 연계 및 협력을 강화해 생애‧질병 단계별로 필요한 의료를 적시 제공할 수 있는 전달체계를 구축한다.
병원을 너무 많이 이용한 환자는 건보 본인부담율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한다. 1년에 365번 넘게 외래 진료를 받거나, 같은 병원에서 하루 2번 이상 물리치료를 받으면 본인부담금을 높인다.
반면 병원을 거의 가지 않는 가입자는 연 12만원 한도에서 전년도 납부한 보험료의 10%를 바우처로 지급하기로 했다. 20~34세 청년 층을 대상으로 시범 도입하고, 사업 결과에 따라 전체 연령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도수치료와 백내장 수술 등 비중증 과잉 비급여 진료는 급여-비급여 혼합진료 금지 적용을 추진한다.
백내장 수술, 도수치료 등 10대 비급여 실손보험 지출 규모는 지난 2018년 1조 4천억원에서 지난 2021년 3조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환자 본인부담 감소와 의료기관 수익 보전 욕구가 맞물려 비급여가 크게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건강보험 지속성을 위해 유튜버,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건보료 무임승차도 방지한다. 복지부는 국세청과 협의해 소득 중심 부과체계 개편을 추진해 유튜버 등의 수입을 파악, 건보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현행 8%인 보험료율 법정 상한 도달에 대비해 일본(11.82%)과 프랑스(13.25%) 등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재적정부담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은 오는 2027년까지 적용되는 한시적 규정이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국고 지원 방식과 지원 규모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법률 개정도 추진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불필요한 의료쇼핑 등 의료 남용은 줄이고, 안정적인 공급망과 의료혁신 지원체계를 구축해서 미래에도 계속 누릴 수 있는 건강보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이 적정하게 받고 있는 건강보험 혜택을 계속 지원하고, 필수의료 등 국민 생명 및 건강과 직결되지만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영역에는 5년간 10조원 이상을 집중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