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지방에서는 연봉 4억 줘도 의사 구하기가 힘들어요.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을 기본으로 하면서 지역을 위해 복무할 수 있는 체계를 확실하게 갖춰야 합니다."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은 2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의사들이 환자를 떠나는 지금의 상황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정부와 의사들이 지혜를 발휘해서 빨리 합의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시의료원은 의사들 집단행동에 따라 현재 비상 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응급환자 대응을 강화한 상태다.
다음은 조 원장과 일문일답.
-- 의대 증원 계획에 맞서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는데 현 사태를 어떻게 보나.
▲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의사가 환자를 떠나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다. 외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고리를 끊어야 할 것 같다. 정부나 의사들이 지혜를 발휘해서 합의를 봐야 한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현 위치에 대한 의사들 불안감이라고 본다. 정부는 현 상태로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있어 충돌하고 있다. 답은 공공성 강화다. 공동체를 위해 무엇이 옳은가를 놓고 토론해야 한다. 이 사태가 오래가면 정부·의사나 국민 모두 좋을 게 없다.
-- 비상 진료체계를 가동했다고 들었다. 현재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 인천의료원에서는 서울대에서 파견된 전공의 12명이 모두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 10명은 무단결근을 하고 있고 레지던트 과정이 끝날 예정인 2명만 출근을 하고 있다. 인천의료원은 전공의에게 의존하는 비율이 높지 않아 큰 영향은 없다. 다만 이들이 담당했던 야간당직을 다른 사람이 돌아가면서 맡다 보니 다음날 진료에 영향이 있고 피로가 쌓이는 측면은 있다. 인천의료원에는 전원 환자도 오고 있는데 아직은 부담이 크지 않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늘 그래왔듯이 의료원이 환자를 돌봐야 할 것이다. 응급실에 환자가 오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수간호사들이 돌아가면서 당직을 맡을 것이다. 이번 사태로 국립암센터·중앙의료원·서울의료원 등 규모가 큰 곳은 지장이 많을 수밖에 없다.
-- 이번 의대 증원 계획은 지방 의료에 대한 위기감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지방의료원의 실제 상황은 어떤지.
▲ 의료시스템이 바뀌면서 진료 행태도 바뀌고 전문 과목도 늘어났지만, 지방의료원의 정원은 20∼30년 전에 머물고 있다. 과거 의사 정원이 40명이었다면 70∼80명 규모로 늘어났어야 했는데 예전 40명도 못 채우고 있다. 의사 부족이 의료원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그래서 정부가 '도저히 안 되겠다'면서 숫자를 늘리고 지역 필수 의료 분야에 복무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 인천의료원도 의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하는데.
▲ 인천의료원의 전문의 정원은 45명인데 의사는 39명뿐이다. 신장내과에 의사가 없었는데 지난해 12월 겨우 1명을 초빙했고 순환기내과는 의사가 없어서 다른 병원에서 낮에 와서 환자를 봐주고 있다. 연말에 심장 조형 센터가 생기면 영상의학과 의사를 모집해야 하는데 구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다른 진료과목도 의사가 1∼2명에 불과해서 일이 있어서 휴가를 가면 환자를 퇴원시켜야 해 앞뒤로 3주는 문을 닫아야 한다. 의사를 구하려고 해도 천정부지로 급여가 올라가고 경영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인천의료원은 매월 20억∼25억원씩 적자가 발생해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른 지역은 급여(연봉)로 3억∼4억을 내걸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영상의학과는 5억∼6억원을 줘야 겨우 구한다. 인천의료원은 70% 수준밖에 주지 못하는데 훌륭한 분들이 계셔서 그나마 다행이다.
-- 지방의료원은 코로나19 사태 때 큰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 코로나19 환자에 집중하느라 2∼3년간 일반 환자를 돌보지 못하다 보니 이후 새로 개원한 것과 똑같은 상황이 됐다. 지방의료원 대부분이 외진 곳에 있다 보니 새로운 환자를 받아 정상화하는 데 어려움이 많고 (공공 역할을 해야 하니) 구조조정도 어렵다. 적자가 큰 폭으로 발생해도 민간병원처럼 유연성 있게 대처하기 어려워 심각한 재정위기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이번 (의사 집단행동) 사태도 계속되면 결국 남는 건 공공의료원뿐이다. 이런 일을 대비해 튼튼하게 의료원을 운영하게 정책을 시행하면 좋을 텐데 꼭 위기 때만 찾고 끝나면 혁신하라고 하니 어려움이 많다.
-- 의대 증원이 지방 의료 강화에 실질적인 보탬이 되려면 어떤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 의사 수를 늘리는 게 기본이고 늘어난 사람들이 제대로 근무하게 만들어야 한다. 돈과 강제성 두 가지로 같이 가야 한다. 수가를 올리는 건 정책적으로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의사들은 결국 돈을 많이 버는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 모두 공무원으로 만들 수는 없으니 육군사관학교처럼 강제 복무 지역의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공공의대 학생 선발 과정에서 성적만을 기준으로 하기보다는 지역을 위해 복무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증원된 정원을 일반대학에 뿌려버리면 정책 효과가 늦게 오고 효율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공의대를 2∼3개 짓는 방안 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의대 정원만 늘릴 경우 의사 수만 늘려놓고 모두 미용·성형 시장으로 가는 결과가 나오면 죽도 밥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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