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대한의사협회를 의료계 종주단체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놔 파장이 예상된다. 사실상 이번 의과대학 정원 논란 해결을 위한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의료계 내부적으로 중지를 모아 대표성을 갖춘 협상단을 꾸릴 것을 주문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계 대표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접촉해 말씀을 들어보면 의협이 대표성을 갖기 어렵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이어 “대표성을 갖춘 구성원을 의료계 내에서 중지를 모아 제안해 달라고 계속 요청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가시적으로 합의를 이룬 것을 전달받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의대 학장단체가 의대 증원 적정 규모로 350명을 제시한 데 대해 “보건의료에 관한 인력수급 문제는 헌법이나 법률상 정부가 책임지고 결정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인력 수요나 공급 추계 과정에서 의료계 의견을 들을 수는 있겠지만, 사실 결정하는 책임은 국가에 있다”며 “증원 규모는 합의하거나 협상할 문제는 결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 대표성 논란은 이번 사태 초기부터 제기돼 왔다. 개원의 중심인 의협이 전공의 처우 개선이나 필수의료 분야 인력난 등의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그동안 의대 증원, 필수의료 현안과 관련해 대한의사협회와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논의해 왔지만 공회전만 거듭했다.
특히 전공의 집단행동 등으로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전공의 관련 과제를 의협 비대위가 정부와 대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는 입장이다.
박민수 차관은 “병원도 수도권과 지역 사정이 다르고, 개원가와는 사정이 상이하다”며 “전체를 아우르는 대표성을 갖추면 효율적인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재를 자처하는 그룹 역시 대표성이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대표성 논란 끝에 정진행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대표성 논란과 관련해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은 “정부가 의협 비대위를 일부 의사의 단체인 것처럼 장난질을 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의협은 대한민국 의사들의 유일한 의료법상 법정단체이며, 의협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대의원 총회에서 절차를 밟아 비대위를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의협이 대표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대한민국 법에 있는 의료법상 법정단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로, 법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