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대한 2024년 전공의들 대응은 지난 2020년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전반적인 전략과 전술이 이전 대비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다.
과거 단체행동을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정책에 보이콧하는 방식이 변화했다. 탈조직화를 비롯해 개인화가 가장 큰 특징이다.
그리고 선배의사들과 거리를 두며 투쟁하는 모습도 차이를 보인다.
탈조직화 투쟁, 개별 사직으로 '보이콧'
이번 전공의들 의대 증원 반대 움직임은 2020년 때와 달리 특정 구심점이 없는 탈조직화된 개인들이 사직을 통해 보이콧에 나섰다는 점이 주목된다.
기존에는 세력 규합과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의대생, 전공의, 전임의까지 포함해 '젊은의사비상대책위원회'라는 조직을 구성하고, 집단행동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공의 개인이 각자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나는 방식으로 투쟁이 전개되고 있다. 함께 모여 투쟁 방향을 논의하지도 않는다.
대신 개별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사진으로 찍어 인스타그램 등 SNS나 유튜브에 동영상으로 게재했다. 자신이 왜 병원을 떠나는지, 그리고 정부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담은 콘텐츠를 올렸다.
이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서울대병원 인턴이 쓴 '의사 증원 반대'는 인턴넷 언론사 전체 기고 후원 3위를 기록했으며, 다른 전공의가 쓴 글에는 후원금이 7300만원을 넘어섰다.
지방 대학병원 전공의는 "더 이상 단체행동은 의미가 없다"며 "각자 판단해 현재 정부의 방침 아래 의사로서 수련하는 것이 가치 없는 일이라고 여기면 사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빅5 병원 전공의도 "지금껏 고단한 수련기간을 견뎌낸 것은 의무감이 아니다"며 "환자를 치료하며 의사로서 성장해 가고, 그 과정에서 사명감을 자연스럽게 갖게 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선배의사와 거리두기…"2020년 상흔 여전"
또 다른 차이점은 선배의사들과 최대한 거리를 두며 독자적인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2020년 단체행동 과정에서 생긴 상처가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2020년 당시 젊은의사 비대위가 출범하자 의협은 여기에 합류해 대전협 상위 조직 개념으로서 범의료계 투쟁 특별위원회(범투위)를 만들고 최대집 당시 의협회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의대생과 전공의 대표들은 범투위에 포함돼 투쟁 로드맵을 짜고, 방향성을 논의했다. 투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대집 전 회장이 전공의들과 합의 없이 9.4 의정합의를 도출했다.
이때 전공의들은 최 전 회장의 독단적인 결정에 분노하며, 단일대호는 무너졌다. 당시 생긴 불신이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단 전 회장도 그동안 내부 전공의들에게 줄곧 의협과 별도 노선을 간다고 공언해왔다.
박단 비대위원장은 "추후 의협이 어떤 입장을 내도 그 방향으로 따라가진 않을 것"이라며 "의협은 개원의 중심으로 2020년 단체행동 당시에도 참여율이 한자리수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에 행동을 한다면 주축은 전적으로 전공의와 의대생이 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지난 20일 열린 대전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서도 회의가 본격화되자 의협 비대위 참석을 제한했다.
박단 비대위원장은 "전공의 임총회의에 의협 비대위 참석 요구가 있었지만 정중히 사양했다"며 "대신 일반 전공의들이 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