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 사태가 3주째 장기화되면서 진료현장에서 환자들의 불안함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8일 데일리메디가 서울 소재 주요 대학병원을 찾은 결과 초연한 모습으로 지연되는 진료를 기다리거나 보호자와 함께 발걸음을 돌리는 환자들도 있었다.
전공의, 인턴, 전임의에 이어 최근에는 전국 곳곳에서 교수들도 사직 움직임이 있다는 소식을 접한 환자들은 더욱 안절부절하는 모습이었다.
정기적으로 병원 외래 진료를 다니는 A씨는 대기석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A씨는 "평소 진료 시간 대비 50분 이상 지연됐다"며 "정부가 너무 강하게 나오니 의사들이 떠났다고 하는데 어쩔 수 있나. 그나마 진료를 해준다고 하니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병원들은 수술을 반토막으로 줄이고 일부 병동 운영을 축소했으며, 특히 수술 중에는 암 수술, 출산, 디스크 수술 등 긴급한 수술이 취소되거나 연기된 상황이다.
보호자 B씨는 "최근 신규입원하면서 대기가 상당히 길었다"며 "암환자인 어머니를 입원시킬 수 있을지 수소문 끝에 병원을 찾은 것 만으로도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환자와 함께 대기하다 발걸음을 돌리던 보호자 C 씨는 "아버지가 골절상을 입었는데 검사나 받을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군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지방에서 수술을 받기 위해 올라온 D씨는 "정부가 워낙 강하게 나오니 떠나는 의사 심정이 이해는 가지만 환자들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우리들을 봐서라도 돌아와 달라"고 토로했다.
지난 2월 수술 예정이었다는 암환자 E씨는 "입원 안내 문자가 오지 않아 확인해보니 일단 대기하라고 했다"며 "입원을 하더라도 수술이 취소될 수 있다고 들었다"고 호소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은 건 산모들도 마찬가지였다.
앞서 자연분만 예정이었던 산모 F씨는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가 현장을 떠나 무통주사를 맞는 게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F씨는 "무통주사 없이 낳을 자신이 없다"고 울분을 터뜨린 바 있다.
응급실들도 진료 자체를 줄였다. 경증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 자체가 줄고 있었지만 전공의 인력 부족 여파로 긴급 처치, 내과 환자 및 열상 치료를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기도 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서울 시내 대형 병원 응급실 32곳 중 22곳은 원래대로 진료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최근 이 같은 진료 축소로 인해 산모가 제때 치료받지 못해 유산한 사례도 발생했다.
경증환자가 줄었어도 의료진 업무 가중은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교수 1~2명이 12시간에서 24시간까지 진료하면서 전공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며 "이제는 임계점에 달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가 말만으로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고 우리마저 2주가 넘어가니 정말 힘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