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회장이 “의과대학 증원에는 찬성하지만 2000명 증원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 피력했다.
만약 증원한다면 문재인 정부가 시도했던 400명보다 많은 인원인 500명 선이 적정하다는 것이다.
또 현재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으로 돌아오려고 하지 않는 사태를 힘으로만 해결하지 말고 돌아올 수 있는 분위기를 구축하는 게 우선이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이 회장은 10일 오전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2024 대한외과의사회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작금의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이 같이 제시했다.
현재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이 3주 이상 이어지고 있으며, 아직도 90%가 근무지를 이탈한 상황이다.
이세라 회장은 “전공의들이 돌아오려는 의지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진단이 잘못되면 수술도 잘못되고 치료 효과도 나타나지 않을 수 있는 것처럼 지금은 잘못된 열쇠를 가지고 해결하려 하는 형국이다”고 비유했다.
이세라 회장은 “서울시의사회 상임이사회를 통해 지난해 10월 설문조사한 결과, 25% 의사가 의대 증원에 찬성했다”며 “500명 선이 적절하다고 보지만 딱잘라 말하는 것은 정책상 많은 오류가 있다”고 밝혔다.
국민들이 국민건강보험료 증액에 동의하고 국고 지원이 이뤄지는 등 여러 제반 여건이 필요한 탓이다.
최동현 총무부회장은 “지금 시점에서 숫자는 의미가 없고 과정이 잘못됐다”면서 “의대 증원만 하면 모든 게 완성된다는 식의 주장이 많고 정부도 그렇게 홍보를 하고 있다. 이 사태가 지속된다면 우리도 맞서 대국민 홍보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전공의들이 정부 면책조치 등 온갖 회유에도 돌아오지 않는 원인으로 이세라 회장은 정부가 필수의료정책패키지 등 ‘전공의 미래를 망가뜨리는 정책’을 들고나왔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 회장은 “대표자들을 처벌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이를 누가 대표가 돼서 만나려고 하겠나”라며 “지금 전공의들은 기성의사들과 상관 없이 자신들 미래를 망가뜨리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떠났다”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 경증환자 부재는 정상”···“PA 합법화, 전공의 미래 망치는 길”
최근 전공의 부재로 빅 5등 상급종합병원의 경증환자가 줄고 1,2차 의료기관으로 환자가 몰리고 있는데, 이 상황이 오히려 ‘정상적인’ 의료환경이라는 진단이다.
이 회장은 “그러나 이 와중에 진료지원인력(PA)을 합법화한다면 전공의 앞길을 더 망칠 수 있다”며 “기피과와 인기과의 균형을 맞추고 기피과 전공의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의사 스스로 자정에도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자정과 관련해서는 “의사단체 내부의 자정 문제를 가지고 의사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 의사단체의 ‘자율징계권’이 필요하다”며 “외과의사회는 준수한 회원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부연했다.
그는 정부에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세로 나올 것을 주문했다.
이 회장은 “채찍만 들고 나오라고 하면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서 “선배들의 지시나 명령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회적인 분위기가 중요하고, 이를 위해 정부가 먼저 부드러운 자세를 취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政 “모든 의료인과 진지하게 논의할 준비 돼 있다”
같은 날 정부는 “정부는 모든 의료인과 함께 언제든 진지하게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대화 가능성을 열어놨다.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본부장 국무총리)’는 10일 오후 조규홍 제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 주재로 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이 밝혔다.
조규홍 제 1차장은 “불법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법률과 원칙에 따른 처분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의사가 환자 곁을 지켜야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고 여러분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설득했다.
한편, 지난 8일 오전 11시 기준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1만2912명) 근무 현황 점검 결과에 따르면 계약 포기 및 근무지 이탈은 총 1만1994명(92.9%)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