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국립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공무원 신분인 국립의대 교수들 마저 반기를 들면서 정부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전국 국립대병원에 1000명 이상의 교수 인원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당근책 제시에도 일선 국립의대 교수들의 반감은 날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특히 국립대병원은 정부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중추 역할을 수행할 핵심인 만큼 해당 교수들의 반발은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국립의대 맏형 격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은 정부가 사태 해결에 진정성 있게 나서지 않을 경우 오는 18일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앞서 울산의대, 충남의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을 예고한 바 있지만 구체적 일정을 예고한 것은 서울의대 교수들이 처음이다.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교수들로 구성된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1일 저녁 긴급총회를 열고 전공의 사직 투쟁에 대해 논의했다.
방재승 비대위원장은 “설문조사에서 특정 시점의 단체행동에 87%가 동의했다”며 “사직서 제출은 개별적으로 선택할 문제이지만 같은 날 제출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빅5 병원과 연대에 대해 “지난 주말 빅5 병원 비대위와 만났다”며 “구체적으로 사직서 제출을 의결한 것을 아니지만 향후 행동을 같이 연대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국립의대 교수들 분위기도 심상찮다.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것은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이다. 강원의대 류세민 학장을 비롯한 교수 10여 명은 지난 5일 정부의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삭발했다.
이들 교수는 대학본부가 현재 49명인 의대 정원을 140명까지 늘려달라는 신청안을 교육부에 제출한 것을 두고 독단적 결단이라며 삭발과 함께 저항에 나섰다.
이튿 날인 6일에는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 보직 교수 12명 전원이 ‘보직 사임원’을 냈고, 보직이 없는 교수 2명은 사직서를 제출했다.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학장단 역시 대학본부의 의대 증원 결정에 항의하며 7일 전원 사퇴했다.
권태환 학장을 비롯한 경북의대 학장단 14명은 “교육자로서 의학교육 파행을 더는 묵과할 수 없기에 일괄 사퇴한다”고 밝혔다.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전체 교수 93%가 의대생과 전공의 보호를 위한 행동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비대위는 '필수의료를 무너뜨리는 현재의 졸속행정과 학생 및 전공의 사직이라는 사태 및 국가의 사법적인 조치 시행'에 대한 설문을 실시했다.
설문결과 '전공의들이 면허정지·면허취소·구속 등을 당하면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직서 제출 등 집단행동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316명 중 93%가 '그렇다'고 답했다.
비대위는 "무리한 의대 정원 확대는 현재의 의료시스템을 붕괴시킬 것"이라며 "전공의와 학생에게 무리한 사법절차를 진행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 역시 최근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2.4%가 사태 해결을 위한 정부 조치가 없을 경우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병원에서 진료만 담담하는 임상교수들의 경우 사직 의사를 밝힌 비율은 96%에 달했다.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도 의대생에 대해 유급 조치가 내려지거나 전공의에 대한 사법 절차가 내려질 경우 사직하겠다고 밝혔다.
의대교수 사직서 투쟁 시발점 역시 국립대병원이다.
경북의대 외과 A교수는 교육부의 의대 증원 신청 마감일인 지난 4일 “전공의들이 낙담하고 있지만 정부는 오히려 협박하고 있다”며 “선배 의사로서 떳떳하지 않아 사직한다”고 밝혔다.
충북의대 내과 교수는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정책이 도리어 현장 의료진을 좌절케 하고 있다”며 사직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