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오늘(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졌고, 의사들 직역 카르텔은 갈수록 더욱 공고해졌다.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수 없다"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재천명했다.
의료공백이 50일 이상 장기화되며 정부가 유연한 대응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윤 대통령이 이날 기존 정책을 재확인, 의정(醫政)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의대 2000명 증원 정책의 타당성을 설명하면서 현재 이에 반발하고 있는 의료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개혁의 취지와 당위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의료개혁의 최소 필요조건은 의사 증원"
윤 대통령은 "정부의 의료개혁은 필수의료‧지역의료를 강화해서 전국 어디서든, 어떤 병에 걸렸든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의사가 더 필요하다"며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의사 증원을 의사들 허락 없이는 할 수 없다고 하면 거꾸로 국민 목숨값이 그것밖에 안 되는지 반문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그간 의사들 목소리를 충분히 들어줬다고 피력했다.
윤 대통령은 "4대 의료개혁 패키지에 그 그동안 의사들이 주장해온 과제들을 충실하게 담았다"면서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안, 필수의료 투자계획,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전문의 중심병원 전환, 의료전달체계 개선 과제 등 국민과 의사 모두를 위한 구체적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전공의들은 50일 가까이 의료현장을 이탈해 불법 집단행동을 계속하고 있다. 오로지 하나, 의사 증원을 막기 위해서다"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의사 수가 늘더라도 의사들 수익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 대통령은 "의사들이 증원에 반대하는 이유가 장래 수입 감소를 걱정하는 것이라면 결코 그렇지 않다"며 "20년 뒤 의사는 2만명이 더 늘지만, 국민소득 증가와 고령화로 인한 의료수요는 그보다 더 어마어마하게 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 의료개혁은 의사들 소득을 떨어뜨리려는 것이 아니다. 필수의료와 비필수의료, 지역의료와 수도권의료 간 소득 격차는 줄어도, 전체 의사 소득은 지금보다 절대 줄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지역 및 필수의료 강화, 보상체계 개선 등 막대한 재정 투입"
더불어 "정부는 지역 및 필수의료 강화, 보상체계 개선, 의료 인프라 구축에 앞으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할 것"이라며 "정부의 재정 투자는 더 큰 민간 투자를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대통령은 담화의 상당 부분을 2000명 증원의 타당성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윤 대통령은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다.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건의 의사 수 추계 관련 보고서에 더해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증가와 의사들 근로시간 감소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또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다른 국가의 의사 수 및 의대 정원과 비교에 우리나라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했다.
윤 대통령은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지난 27년 동안 의대 정원을 단 한 명도 늘리지 못했다"며 "오히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사단체 요구에 굴복해 2006년까지 단계적으로 351명이나 감축했다"고 한탄했다.
이어 "감축된 정원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7000명의 의사를 배출하지 못했다"며 "더욱이 최근 미용성형 의료로 의사가 매년 600~700명 가까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은 결국 급증하는 의료수요를 감당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군의관 부족 문제를 전하며 "과거 국방부에서 의무사관학교와 유사한 국방의학원 설립을 추진했지만 의료계 반대로 무산됐다"고 지적했다.
"의대 정원 증원 논의 부족했다는 의료계 주장은 사실 왜곡" 반박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는 의료계 주장도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2022년 5월 출범 이후 꾸준히 의료계와 의사 증원 논의를 계속했다"며 의료현안협의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등 논의 과정을 일자별로 상세히 전했다.
특히 "의료현안협의체에서는 무려 19차례나 의사 증원 방안을 논의했고, 이 협의체에는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계를 향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이제 와서 근거도 없이 350명, 500명, 1000명 등 중구난방으로 여러 숫자를 던지고 있다"며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계속해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대해 강력한 대처를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독점적 권한을 무기로 의무는 팽개친 채 국민 생명을 인질로 잡고 불법 집단행동을 벌인다면 국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그 누구도 특권을 갖고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공의들 행정처분에 대해서도 "모든 절차는 법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며 "전공의 여러분들은 통지서 송달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의료현장으로 돌아와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