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전남지역 국립의대 신설을 거론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전남도가 당초 통합의대 추진에서 공모 방식으로 선회하며 지역 내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순천대는 공모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으며, 의대 설립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17일 호소문을 내고 "전남 국립의대는 30년 묵은 한(恨)이자 역사적 소명"이라며 "지역 간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고 한마음 한뜻으로 지혜를 모아 의대 신설 기회를 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호소문은 최근 전남지역 국립의대 신설을 두고 목포와 순천이 갈등을 빚으면서 비롯됐다.
앞서 전남도는 지난 2일 국립의대를 2026년까지 공모 방식으로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추진된 통합의대 추진 방식으로는 조속히 확정 짓기에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에서다.
당시 김 지사는 도민 담화를 내고 "통합의대 추진 방안에 대해서는 국립의대 설립 이후 중장기적으로 검토를 추진하겠다"며 "신설 의대 규모는 지역거점국립의대 수준인 200명으로 신청하고, 2026학년도 신설을 목표로 정확한 규모와 시기‧방법과 절차 등은 정부와 합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목포와 순천 지역민들은 지난달 14일 윤 대통령의 전남 의대신설 언급 직후부터 각각 목포대와 순천대의 단독 유치를 주장하며 전남도의 추진 방식에 지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두 지역은 공모방식에 대해서도 공정성과 지역 갈등 심화를 우려했다.
박정희 목포대 의대추진단장은 지난 2일 공모방식에 대해 "매우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며 "통합의대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전남도가 주도적으로 지역의 의료수요를 파악해 신설 의대 입지를 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지역의료실정을 잘 모르는 외부기관에 그 결정을 맡긴다는 것은 동‧서부권 갈등을 증폭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순천대도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전남 동부권과 서부권의 과열 경쟁을 유발하고, 양 지역 간 갈등을 조장한다"며 "법적 권한이 있는 정부 주관 의대 신설 공모 외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독자 신청 의사를 밝혔다.
그나마 목포대는 김 지사가 지난 15일 송하철 목포대 총장과 박홍률 목포시장 등 관계자를 만나 설득하면서 공모에 참여하기로 했으나, 순천대는 여전히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 지사는 이병운 순천대 총장과 노관규 순천시장을 만나 공모 참여를 지속 설득할 예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 김 지사는 17일 호소문에서 "지금처럼 지역 내 논쟁과 대립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정부와 의료계와의 협의 과정에서 국립의대 신설 문제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만일 국립의대가 계획대로 설립되지 못한다면, 지금 세대뿐만 아니라 우리 후손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오점과 상처로 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의 의대 증원 일정 등과 맞물려 긴박한 상황이다 보니 일정상 촉박해 공모방식을 통한 추천대학 선정이 현재로선 최선의 방안"이라며 "도 공모에 참여하지 않고 교육부에 직접 신청하겠다는 일부 주장은 교육부가 현재 공모 방침을 밝히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신청서를 받아들일 리도 만무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객관적이고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대형 컨설팅업체를 위탁 용역기관으로 선정해 엄격한 절차와 합리적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하고 추진 과정에서 양 대학과 도민들이 충분히 의견을 개진할 기회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공모에 선정되지 않은 지역에 대해서는 지역균형 발전과 상생 차원에서 특단의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