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계에 대화를 제안하면서도 경찰 수사는 지속적으로 확대,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으러 갔다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는 사례도 있어 의료계 내부적으로 적잖게 들끓고 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전공의들 사직을 부추겼다는 혐의 등을 적용해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김택우 위원장을 비롯해 분과 위원장 고발을 단행했다.
김택우 위원장을 포함해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 주수호 전 언론홍보위원장,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 노환규 전 의협 회장까지 총 5명이 경찰 수사를 받았다.
비대위 소속 위원장뿐만 아니라 비대위원, 비대위 운영을 지원했던 의협 직원들도 아직까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신기택 비대위원(강원도의사회 총무이사), 한동우 비대위원(구로구의사회), 유지혜 비대위원(대한병원의사협의회 조직강화이사)은 물론 좌훈정 비대위 투쟁위원회 부위원장도 최근 조사를 받았다.
지난 23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해 오후 7시부터 5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후 좌훈정 부위원장은 "비대위 업무 가운데 전공의 사직이나 의대생 휴학을 지시한 내용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질문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 사직이나 의대생 휴학에 대해 우리도 결정이 내려진 뒤 알았는데, 어떻게 지시를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며 "사직이나 휴학을 지시하거나 명령을 내린 바 없기에 조사에 성실히 응했다"고 덧붙였다.
"전공의 사직 교수 찾기 위해 중구난방식 수사 진행"
그러나 일부 비대위원은 경찰 조사 중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어 아직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좌 부위원장은 "某비대위원은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던 중 피의자로 전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들었다"며 "이유는 모르겠지만, 비대위원이 될 때부터 다들 이런 위험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 역시 조사를 받다가 신분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대위원장은 물론 비대위원까지 조사 범위가 넓어진 것은 수사 원칙이나 기준이 없이 중구난방으로 조사가 이뤄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무리한 수사를 하는 조사관들도 상당히 곤혹스럽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비대위원 활동 기한도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경찰은 그 뒤에도 계속 조사를 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정부가 대외적으로는 대화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의사들 교사 혐의를 계속 찾고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를 진정한 정책 대화 파트너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고 판단한다.
의사회 관계자는 "정부가 국립대 총장들 건의를 수용해 갑자기 내년에만 의대별 자율 배정을 하도록 한다는 안을 꺼내들고는 의료계에 대화하자고 한다"며 "그 안을 의료계가 만든 것도 아니고, 내후년에는 원안대로 한다는 건데 뭐가 달라지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한 발 물러섰으니 대화하자면서 의대생은 물론 의협 비대위에 대한 수사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무서워서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의사들을 들러리 세우기 위한 자리라고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