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현역병 모집이 본격 시작된 가운데 올해도 의과대학 남학생들의 현역병 지원 열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그동안 의대생들은 6년 과정의 의과대학 졸업한 후 인턴이나 레지던트 과정까지 마친 다음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를 지원하는 게 통상적이었다.
하지만 군 복무환경 개선과 복무기간 단축으로 몇 해 전부터 군의관이나 공보의가 아닌 현역병 입대를 선호하는 경향을 늘고 있다.
실제 현역병 복무기간은 육군 기준으로 24개월에서 18개월로 꾸준히 줄어든 것에 반해 군의관의 경우 기초군사 훈련을 포함해 38개월 가까운 복무기간이 20년 넘게 지속돼 왔다
군의관과 유사한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역시 37개월로 대동소이하다.
이처럼 과거 1년 남짓이던 현역병과 군의관 및 공보의 복무기간 차이가 2배로 벌어지면서 군대 문제를 이차적인 문제로 미뤄두던 의대생들 사이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20개월’이라는 시간을 군대 대신 펠로우, 대학원 또는 연구와 같이 다른 분야에 투자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입대를 앞당기려는 경향이 짙어지는 모습이다.
실제 현역병 복무기간 감축이 시작되기 이전인 2002년 군의관 입관 인원은 1500명 이상이었지만 최근에는 600~700명까지 줄어들었다.
여성 의대생 비율 증가로 입대 인원 자체가 줄었고, 여기에 장기 군의관 기피현상까지 더해지면서 군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중보건의사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의과, 치과를 제외한 의과 공보의는 10년 전과 비교해 600명 이상 줄었다.
2012년 2528명에 달했던 의과 공보의는 2019년에 1971명으로 2000명대 밑으로 떨어진 데 이어 불과 2년 만에 1900명대 선까지 무너졌다.
코로나19에 따른 공보의 업무 과중은 물론 2020년 의대생 의사국시 거부 여파 등으로 의과 공보의 수급난은 더욱 악화되는 양상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과도한 군의관 복무기간을 피해 18개월 현역병으로 입대하는 의대생들이 늘고 있다”라며 “군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그동안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공보의와 군의관 복무기간을 24개월로 단축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시해왔다.
또한 공보의 및 군의관 훈련기간도 의무복무기간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울림 없는 메아리에 그쳤다.
한 의대생은 “복무기간 차이는 의대생들 현역병 입대 선호의 가장 큰 요인”이라며 “주변에서 카투사 등 현역병 입대 관련 정보가 활발하게 공유되는 게 이를 방증한다”라고 말했다.
급격하게 줄어든 군의관 대우나 입지도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주사, 드레싱, 약 처방, 투약 설명 등 예전에 암암리에 의무병이 수행하던 업무들이 엄격하게 금지되면서 군의관의 업무 부담이 늘었다.
그나마 간호장교가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 수가 워낙 부족해 일선 부대에서는 군의관이 직접 근육주사, 정맥주사, 약 처방, 투약 설명 등을 직접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부대 내에서 병사나 간부에게 의료 관련 사건‧사고가 발생할 경우 군의관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의대생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의대생은 “복무기간뿐만 아니라 복무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며 “예비 지원자 입장에서는 역할과 책임만 가중되는 군의관에 대해 회의적인 인식이 팽배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