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의 불법진료 거부 행위가 일선 병원들에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처럼 병원을 마비시키는 것이 아닌 끝까지 환자에게 피해가 없도록 애쓰면서 준법투쟁을 이어가겠다.”
대한간호협회가 간호법 제정안 대통령 거부권에 대한 투쟁으로 불법진료행위를 거부하는 단체행동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최훈화 간호협회 정책전문위원은 지난 24일 간호협회관에서 개최된 간호법 관련 준법투쟁 1차 진행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훈화 위원은 “사실상 전공의가 없는 병원은 의사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당한 업무를 일반 간호사들이 담당하고 있다”며 “간호사들이 불법진료행위 거부를 선언하면서 일부 병원은 교수와 다툼이 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장에서 관련 전화도 많이 받고 있다. 아직 업무 마비 사례까지는 없지만 영향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간호협회는 의사협회나 간호조무사협회처럼 파업을 만지작거리며 병원을 마비시키고 환자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끝까지 환자에게 피해가 없도록 애쓰면서 준법투쟁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간호사, 내시경‧레이저 시술 등 담당…의료계는 이미 아수라장”
간호협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불법진료행위는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보건복지부 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불법진료행위는 행위의 침습성 및 난이도, 간호사 숙련도 등을 고려해 행위마다 개별적으로 결정돼야 한다면서 간호법은 업무범위 영역에서 현행 의료법과 내용이 같기 때문에 PA 문제 해결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최훈화 위원은 “복지부는 현행 의료법과 간호사 면허범위가 같다는 것을 언급하면서도 간호법이 직역 간 업무범위 혼란을 야기한다고 얘기한다”며 “이는 명백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법은 고용자인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를 중심으로 제정돼 있고 간호와 관련된 조문은 4개에 불과하다”며 “간호법은 간호에 필요한 모든 사안을 담아 간호사가 업무범위 내에서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근거법의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업무범위가 명확치 않아 직역 간 의견 갈등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예시가 ‘채혈’이다. 간협이 최근 공개한 간호사가 수행하면 불법인 업무 리스트에는 채혈이 포함됐다.
하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은 “채혈은 동맥혈 채혈(ABGA)을 제외한 정맥(vein) 업무는 의사 지시 감독하에 간호사가 하는 것이 합법적인 행위”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최훈화 위원은 "채혈과 관련해 의사단체는 진료 보조 업무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합법이라고 주장하지만 간호사 채혈이 합법이라는 내용은 현행법 어디에도 명시돼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업무가 정확히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채혈이 진료 보조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여전히 불명확하다”면서 “간호사들 사이에는 병원장이 누구냐에 따라 같은 행위가 합법이 될 수도 불법이 될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고 덧붙였다.
간호협회가 이날 발표한 불법진료 신고센터 접수 결과 분석에 따르면, 간호사 불법진료행위는 이미 의료현장에서 관행처럼 깊숙이 자리하고 있었다.
최훈화 위원은 “불법진료행위는 상급종합병원에서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간호협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합병원이 더 많았다”며 “PA간호사와 일반간호사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의사가 아닌 수간호사나 선임간호사 등의 지시로 인한 불법진료행위가 19.5%나 됐다. 그간 불법인지 합법인지도 모르고 관례적으로 본인이 수행한 의료행위를 후배 간호사에게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간호사가 진행하는 불법진료 행위 신고 유형으로는 검사(검체 채취, 천자)가 693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처방 및 기록 6876건 ▲튜브관리 2764건 ▲치료‧처치 및 검사 2112건 ▲수술 및 수술보조 1703건 ▲약물관리 389건 등이다.
하지만 협회가 제시한 PA 내용 이외에도 ▲수술 집도 및 인턴 교육 ▲제모 및 레이저 시술 ▲내시경 시술(CPP, EMR, ESD) ▲중심 정맥관 관리(chemoport 삽입, 중심 정맥관 채혈 등) ▲심전도(EKG) ▲사망환자 선언 ▲배액관 제거 ▲약 조제 등이 있었다.
최훈화 위원은 “국민들은 당연히 의사가 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일을 간호사가 하고 있다”며 “심지어 약 관리는 약국에서 약사가 진행해야 한다는 약사법에도 불구하고 병동에서 간호사가 맡고 있는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 뿐 아니라 응급구조사 등 타직역이 PA 역할을 맡고 있다는 신고도 있었다”며 “의료계가 아수라장이라는 것이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간호협회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공익신고가 필요하다면 신고자 개인정보 아래 수사기관이나 공익신고위원회 등 공적 기관을 통한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