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준·임수민 기자]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정전 중인 분단국가임에도 총상 등을 다루는 군(軍)의학 발전은 더디게 진행됐다. 열악한 인프라는 군(軍)의료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하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정부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군의료 개혁을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고, 최근에는 의료인력난까지 겹치면서 우려감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11월 15일 2023년 특별기획으로 각계 전문가 및 국회, 주무부처 실무 책임자 등 관계자들을 초청해 군(軍)의료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정책 좌담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열악한 인프라와 의료인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데 인식하고 이를 위한 실천 방안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편집자주]
이번 좌담회에는 △서울대병원 박중신 진료부원장(좌장) △울산의대 박인숙 명예교수 △고려의대 안덕선 명예교수 △연세의대 유대현 전(前) 학장 △국회입법조사처 김주경 입법조사관 △보건복지부 김지연 공공의료과장이 참석했다.
“공보의 폐지하고 군의관으로 통합 일원화”
의사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지낸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박인숙 명예교수는 “공중보건의사 제도를 없애고 군의관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다소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박인숙 명예교수는 "1970년대 도입된 공보의 제도는 수명을 다했다"며 "공보의에 의존하는 공공의료는 명맥을 잃고 있다. 과감하게 군의관 체제로 통폐합 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어 "공보의 빈자리는 은퇴한 의사 등 민간영역에서 담당토록 해야 한다"며 "더 이상 늦춰지면 공공의료와 군의료 모두 붕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기 군의료 시스템 개선책으로는 ‘선택과 집중’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웬만한 질병과 부상은 근거리 민간병원에 위탁해야 한다. 현재 모든 군병원 운영을 고집하지 말고 우수한 군병원에 인력과 시설 등 집중하고, 수송시스템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의사들, 군의관 복무 시간 낭비로 인식 확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안덕선 명예교수는 젊은 의료인들에게 있어 중요한 시기에 교육, 처우 등 어느 측면서도 이득이 없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안 교수는 “급여가 적어도 의사로서 좋은 경험과 경력을 쌓을 수 있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며 "군의관 복무기간 3년 동안 임상 경험은 민간병원 생활 1~2개월 정도의 경험치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취약지 복무에 대해 전면적으로 재조사해서 인근에 의료기관이 있는 곳은 통폐합하는 등 규모 축소를 신속히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군의관 사기 저하 심각, 지원자 수 절반 이하 줄어"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유대현 전(前) 학장은 "군의관들 사기 저하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체계적 시스템과 소통창구 부재 등의 이유로 군의료는 사실상 제 기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학교육협의회 설문조사 결과 군의관에 지원하겠다는 남자 의대생이 37%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부분의 학생들은 일반 사병이나 카투사 등으로 복무하겠다고 답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군 복무를 위해 휴학하는 의대생 숫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감을 표명했다.
군병원과 민간병원 간 소통 부재로 전쟁 발발 시 부상자 치료 가이드라인이 없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유 전 학장은 "전시 상황에서 군의료체계는 모든 환자를 감당할 역량을 갖추지 못해 민간병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지만 정작 민간병원은 그러한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군이 일방적으로 의료체계를 결정, 통보하기 때문이다. 전쟁 발생시 민간병원으로의 환자 이송과 부상자 수용 등에 대해 민간병원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군의료, 적시성 떨어지고 질(質) 낮아"
집단생활이라는 특성상 군대는 감염에 취약하고 훈련으로 인한 사고·부상 위험, 고립된 환경 속 PTSD 발생 가능성 등으로 의료 수요가 높다.
국회입법조사처 김주경 입법조사관은 "군대 내 의료 수요는 높지만 군의료 만족도 조사결과를 보면 적시성이 떨어지고 의료 질이 낮다는 이유로 민간병원을 선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좋은 의료는 좋은 인력에서 시작되는데 군의관은 사병에 비해 긴 복무기간과 열악한 처우 등으로 젊은의사들이 기피하고 있다"며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군의료사령부 산하 12개 병원 대부분이 오지에 위치해 있는 것도 문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군병원 의료질과 접근성 등을 민간병원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군의료와 공공의료 발생하는 문제점 유사"
보건복지부 김지연 공공의료과장은 "군의료 문제점은 공공의료나 의료취약지역에서 나타나는 문제점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특히 민간영역과 마찬가지로 군의료 역시 1차, 2차, 3차 등 모든 곳에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1차 기관은 경직적 계급문화 등으로 접근성이 떨어지고, 2차는 소규모 병원 특유의 열악함 등을 갖고 있으며 3차 기관은 잘못된 역할 분담으로 쏠림현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병원과 협력체계가 부족한 점 역시 문제"라며 "전시상황은 물론 평시에도 군인이 부상당했을 때 환자를 어디로 보내고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혼란이 크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지연 과장은 "인력확보 문제는 필수의료나 공공의료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와 맥을 같이 한다"며 "인력난으로 업무 부담이 높아지고 근무환경이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