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中] 대한민국 군(軍) 의료가 인력난에 휘청이고 있다. 병사들 건강을 책임질 군의관 인력이 10년 새 반토막 나면서 국방력 유지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과거부터 질 낮은 의료 수준을 지적받아온 군병원은 의료인력 부족과 함께 불신이 더욱 심화되면서 장병들의 민간 의료기관 이용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복무기간, 처우, 의료 인프라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폐쇄적인 군의료 시스템은 좀처럼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의대생들의 군의관 지원 기피는 한층 더 심화하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군의관 기피현상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의대생 37.2%만이 군의관 또는 공중보건의사로 군복무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유대현 전(前) 학장은 최근 데일리메디가 주최한 ‘군(軍)의료, 발전 방안 모색 정책 좌담회'에서 의대생들의 군 복무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최초로 공개했다.
이번 18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군 복무 관련 설문조사 결과 일부를 공개했다.
유 전(前) 학장이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국의학교육협의회 ‘군의관 및 공중보건의사 제도개선 TF’는 의대생 183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응답자 1837명 중 병역 의무가 남아있는 1759명에 병역 의무 방식을 질문한 결과 37.2%(655명)가 ‘장교(군의관) 또는 공중보건의사’라고 답했다.
나머지 62.8%의 응답자는 일반 사병 지원을 희망했다.
유 전(前) 학장은 "현재 의대생 중 남학생 비율은 66%로, 한해 의대 입학정원 3058명 중 2000명 내외다. 이 중 750명 정도만 군의관이나 공보의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군의관과 공보의 신규 복무자는 각각 754명, 449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모두 반토막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설문결과는 현재 신규자 보다 40% 더 줄면서 전망을 어둡게 했다.
장기 복무기간과 열악한 처우 등으로 군의관 지원 기피 심화
군의관 또는 공보의 지원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복무기간과 처우에 있었다.
일반 사병 지원을 희망한 이들 중 43.7%가 ‘사병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복무기간’, 25.0%가 ‘개선되지 않는 처우(급여, 생활환경 등)’를 군의관 또는 공보의 지원 포기 사유라고 답했다.
이어 ‘경력 단절’(17.2%), ‘진료 관련 법적책임에 대한 부담’(6.2%), ‘과중한 업무 부담’(6.1%) 순으로 나타났다.
유 전(前) 학장은 "일반 사병보다 2배 이상 긴 복무기간이 가장 큰 문제지만, 복무기간만 해결한다고 해서 현재의 기피현상이 해결되지 않음을 의미한다"라고 밝혔다.
더 심각한 것은 군복무 관련 휴학생 지표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군 관련 휴학생이 지난 2018년 83명에서 2019명 102명, 2020년 143명, 2021년 175명 등 매해 증가해 2022년에는 216명에 달했다.
유대현 전(前) 학장은 "의대생들이 성적이 좀 안 좋으면 바로 휴학한다. 이전에는 휴학을 고려하지 않았는데 이제 1년 6개월만 군대에 갔다 오면 되니 큰 부담이 없다고 느낀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병 지원율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전체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기 전에는 군의관‧공보의 기피현상이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설문은 지난 5월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실시한 설문과도 일맥상통한다.
당시 설문에서 ‘앞으로 현역으로 복무할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73.1%가 군의관이나 공보의가 아닌 일반 사병으로 복무하겠다고 답했다.
더불어 군의관 및 공보의 복무기간 단축에 95.7%가 찬성했으며, 단축 기간에 대해서는 현행 38개월에서 20~25개월로 줄여야 한다는 응답자(60.8%)가 가장 많았다.
유 전(前) 학장은 "군의관 사기가 심각하다"며 "복무기간은 물론 경력 단절 등의 문제를 해소해 줘야 군의관 지원율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