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의료계 총파업 도화선이 됐던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설립법’이 입법 7부 능선을 넘어 긴장감이 고조된다.
두 법안이 야당 주도로 빠르게 추진되면서 여당에선 “국회를 모독하는 처사”라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난색을 표했고 의료계도 공분을 터뜨렸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과 ‘공공보건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을 위한 법안’을 가결시켰다.
다만 각각 ▲찬성 13표 ▲반대 2표 ▲기권 7표, ▲찬성 14표 ▲반대 5표 ▲기권 1표 등으로 가결돼 여야 충돌을 시사했다.
지역의사제는 지난 2020년 김원이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과 권칠승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역의사법안’을 조정한 것이다.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선발한 의대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10년 간 특정 지역·기관에서 의무 복무시켜 지역의료를 회생하는 게 목표다. 그러나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다.
복지위 제1법안소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상태로 지역의사제가 가결된 데 이어 전체회의에서도 여야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날치기 통과”라며 힐난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추진해야 한다”며 입장을 고수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여야 간사 간 협의를 거치지 않았고 축조심사도 하지 않은 채 기습적으로 수정안을 들고 나와 강행하느냐”며 “지역의사제는 직업 선택의 자유 및 주거 이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어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복지위 여당 간사)도 “적용 범위·응시 자격·복무지역 변경 등 고민해야 할 내용이 굉장히 많다”며 “불합리한 법을 껍데기만 가지고 추진하는 것은 복지위원회를 모독하는 처사다”고 비판했다.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복지위 야당 간사)은 “이 자리에서 기습적이라는 표현은 삼가달라”며 “의사 증원을 하더라도 지역의료와 공공성 강화가 없는 의사 증원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공공의대 설립법안 결국 상정·가결···복지부 “유감” 의협 “즉각 폐기”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대표발의, 남원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이 골자인 공공의대 설립 법안도 지난 19일 2법안소위에서는 계류됐지만 이날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통해 결국 상정됐다.
고영인 의원은 “시급성을 고려했다”고 취지를 밝히며 “공공의대 설립은 의대 정원 규모 변경과 무관하게 추진해온 것으로 지난 20대 국회와 이번 국회에서 공청회를 거쳐 논의한 사안이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 16개의 공공의대 설립 법안이 발의된 상태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은 “관련 법안들을 병합심사해야 하는데 해당 법안만 오늘 처리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도 “민주당이 특정 의원 법안만 통과시키려 하는데 이는 정당성이 떨어진다. 심히 유감이다”고 언성을 높였다.
정부는 난색을 표했다. 이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0년 발의된 공공의대 설립 법안은 사회적 논란이 있어 중단됐다”며 “선발 공정성, 의무복무 위헌성·실효성 등 쟁점이 있는데 충분한 논의 없이 진행된 것은 상당히 유감이다”고 신중검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의료계도 “법안을 즉각 폐기하라”며 공분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은 지역의사제·공공의대 설립을 강행처리해 공공의대와 관련해 강행하지 않겠다는 9.4 의정합의 명백히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충분한 사회적 논의·합의 없는 추진으로 인한 혈세 낭비, 부실교육 등 모든 사회적 부작용의 책임은 오롯이 민주당에 있다”고 분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