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00명 증원키로 하면서 비수도권 의대는 지난해 수요조사에서 희망했던 정원 이상을 확보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현장점검을 통해 충분한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 및 교육계는 교육 질 저하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복지부가 의대 증원이 4월 총선거를 염두한 조치라는 일각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이르면 2월, 늦어도 3월까지 학교별 배분을 마치키로 하면서 의대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6일 ‘의사인력 확대 방안’ 긴급 브리핑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한다”며 비수도권 의대에 집중 배정 방침을 밝혔다.
이번 확대 규모는 지난해 복지부와 교육부가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의대정원 확대 수요조사’ 결과에 근접했다.
이 조사에서 40개 의대는 교원과 교육시설 등 현재 보유하고 있는 역량만으로도 당장 2151명 증원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당시 정부는 대학별 희망 증원 규모를 밝히지 않았으나 기존 정원이 50명 이하인 ‘미니의대’나 지방의대의 경우 2~3배 정원 확대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에 따르면 미니의대인 건국대(충주)가 기존 40명에서 80~120명 확대를 희망한 것을 비롯해 단국대 40명→80~100명, 을지대 40→80~120명, 동국대 49→80명, 순천향대 93→107명, 건양대 49→100~120명 증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했다.
국립대 의대 중에서는 강원대가 49명에서 100명으로 2배 확대를 요구했고, 경상국립대(76→120명), 충북대(49→119명), 충남대(110→300명) 등도 2~3배 증원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부는 이 수요조사 결과를 “정책결정 과정의 참고자료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조 장관은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제출받았으며,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히며 사실상 정부 결정의 주요 근거 기반이 됐다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이들 비수도권 의대와 국립대 의대는 지난 수요조사에서 희망했던 규모 또는 그 이상의 정원을 배정받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의학계 "의대생 급증, 교육 질(質) 저하 심각히 우려"
의료계는 갑작스러운 2~3배 증원에 의대 교육 질(質) 저하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그간 의대 증원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던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단체들까지 “확대 규모를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전원협회 정책연구소장은 “의대에서 늘어난 학생 수를 감당할 수 없다”며 “학생들이 실습할 부속병원이 1개뿐인 의대는 상당히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지금도 지방의대는 1~2학년생을 가르칠 기초의학 교수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더군다나 지방사립대는 기초의학 교수를 뽑을 여력도 없다”고 덧붙였다.
2000명을 증원해도 교육에 문제없는 것을 확인했다는 정부 주장에 이 소장은 “전문가가 볼 때는 전혀 아니다”며 “교육부는 그간 의대를 평가해본 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증원을 가정하고 평가하지 않는다. 정원이 50명과100명인 의대에 대한 평가기준이 다르다”며 “증원에 대한 수용 가능성은 누구도 평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다음 달까지 의대 증원분 2000명에 대한 학교별 배분을 마친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1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4월 전 학교별 배정을 확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3월이 될 수도 있고 2월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대 증원 발표는 선거용이며, 선거 후 의료계와 숫자를 줄이는 타협을 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며 "그런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4월 총선 배정을 확정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