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역병원 인턴의 공개 사직이 신중함을 거듭하는 동료 의사들 움직임에 불을 지핀 가운데, 정부가 현 상황에 개별사직도 집단사직으로 볼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나 법조계는 명확한 공모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개별사직을 집단사직으로 간주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개별사직 사태를 막기 위한 일종의 엄포라는 지적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사직서를 내는 사유가 통상적인 것을 벗어나는 부분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항의의 표시”라며 “개별성을 띤다고 해도 사전에 동료들과 상의했다면 집단사직서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개별 병원에서 사직서를 받을 때 이유 등을 상담을 통해 면밀히 따져 개별적인 사유가 아닌 경우 정부가 내린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에 따라야 한다”며 “각 개별 병원, 주요 병원들에 대해서는 일일이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박 차관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전공의들이 정부 압박 속에 일부 개별사직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나왔다.
전날 대전성모병원 한 인턴은 유튜브를 통해 “개인적 사유로 사직한다”며 공개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법무법인 대륜 C변호사는 “명확한 사전공모 증거가 없으면 개별사직만으로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이어 “전공의들이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각 병원에 제출하는 것을 묶어서 집단사직이라고 간주할 수는 없다. 개별사직을 연달아 했을 때 몇 번째까지는 개별사직이고 몇 번째부터는 집단사직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직 이유를 파악하겠다는 정부 입장에 “사직은 개인 양심이나 개별적 이유로 하는 건데 이를 일괄적으로 집단사직으로 판단하겠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단체나 병원별로 공모한 정황이나 증거가 나올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C변호사는 “전공의 단체나 병원별 회의 같은 데에서 ‘개별적으로 사직해서 하나의 집단행동처럼 보이게 하자’는 식의 공모한 증거가 있다면 집단행동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공의들이 재계약을 하지 않는 것을 집단행동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주장에 C변호사는 “계약 연장은 병원과 소속 의사 간에 계약자유 원칙을 따라야 한다. 개별적으로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것 역시 공모한 정황이 없다면 정부가 집단행동이라고 입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공의들이 개별적으로 사직하거나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 정부에서는 막기가 어렵다 보니 기우(杞憂)에서 비롯된 엄포가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