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입학정원 논란이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을 향한 의료계의 공분(公憤)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최근 해당 교실 소속 교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며 그동안 의료계 투쟁사(史)에 이어져온 악연이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다양한 보건의료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등 실제 정책 입안에 영향을 미치는 교실의 특성을 감안해도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발단은 지난 2월 20일 열린 TV토론이었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 찬성 측 패널로 토론회에 참석했다.
김 교수는 이 자리에서 의대 증원을 통해 의사 수입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면 의료대란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그는 “전공의 수련 후 군복무를 마친 35살 전문의 연봉이 3~4억원”이라며 “다른 학과에 가서 대기업에 들어가면 35살에 과장이고, 연봉 1억원 남짓”이라고 말했다.
특히 “의대 쏠림의 근본적 원인은 의사 수입이 다른 직업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라며 “의대 증원을 통해 의사 수입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는 게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의대 교수들, 김윤 교수 발언 이후 "충격적이다. 공개토론" 제안
이러한 주장에 의료계는 발끈했다. 당장 같은 대학 동료교수들이 ‘충격적 발언’이라며 김윤 교수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뿐만 아니라 의료계 종주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신문 1면에 ‘교수님! 제자들이 왜 그러는지 아십니까?’라는 문구가 담긴 광고를 게재하며 김윤 교수를 저격했다.
또한 의사 출신 국회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자신이 의사로 근무하던 시절 근로소득 원천징수명세서를 공개하며 김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일련의 상황은 얼핏 김윤 교수 개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 보이지만 의약분업 등 굴곡진 세월을 보낸 의사들 사이에서는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 국내 의료 역사상 가장 격렬한 투쟁이 전개됐던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은 의사들로부터 맹렬한 비난을 받았다.
당시 김용익 교수(前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가 김대중 정부의 의약분업 정책을 설계한 인물로 알려지면서 십자포화가 쏟아졌다.
의사들은 총파업으로 저항했지만 막지 못했고, 이 일로 인해 김용익 교수는 대한의사협회 회원 자격을 정지 당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권 시절에는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출신인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이 일명 ‘문재인 케어’로 불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주도하며 의료계 내부적으로 상당한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한 의료계 원로는 “학자의 양심과 소신은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유독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은 의료계 정서와 배치되는 의견과 제언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을 다루는 학문인 만큼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서울의대라는 상징성과 영향력을 감안하면 그 진중함은 배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은 1987년 신영수 교수(前 WHO 서태평양 사무총장)과 김용익 교수(前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주도로 설치됐다.
이후 37년 동안 의학은 물론 사회과학 지식과 방법론을 활용해 보건의료와 관련된 제반현상을 분석하고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개발하고 있다.
교실 출신 동문으로는 김창엽 前 심평원장, 이영성 前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 정은경 前 질병관리청장, 이상일 울산의대 교수, 이상이 제주의대 교수, 이건세 건국대 의전원 교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