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의대생 증원 계획 철회가 없는 한 이 위기는 해결될 수 없으며, 정부가 철회 의사가 있다면 모든 현안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을 전했다.
다만 증원 자체에 대한 반대는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는 등 대화를 통해 증원 규모를 논의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은 25일 오전 세브란스병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날인 24일 있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간담회 내용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김 회장은 "한동훈 위원장에 전공의 처벌은 의대교수들의 사직을 촉발하고, 우리나라 의료체계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했다.
이어 "전공의와 학생을 비롯한 의료진에 대한 겁박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이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및 배정은 협의 대상도 아니고, 대화하지도 않았다"고 일각의 협상설에 대해 선을 그었다.
전의교협은 또 앞서 예고한 대로 오늘(25일)부터 외래진료를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창수 회장은 "교수들의 자발적 사직과 누적된 피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주52 시간 근무, 외래진료 축소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0명 증원안, 도저히 수용 불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 역할에 대해서는 "전의교협은 평행선을 달리는 정부와 의료계 사이를 잇는 역할을 할 뿐 추후 정부와 협의는 의협과 대전협이 주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는 이 문제를 물어야 한다. 여당뿐만 아니라 종교계 등과 여러 분야와 계속 접촉하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만남도 이런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과대학 입학정원 규모는 논의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김 회장은 "2000명 증원안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의대생 교육과 전공의 수련이 정상 작동하기 어려운 만큼 이를 협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또 정원이 4배 가까이 증가한 충북의대를 예로 들며 "내과의 적절한 수련 기준은 전공의 1명당 입원환자를 20~25명 봐야 하는데, 이대로 증원되면 입원환자 5~6명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에 환자를 갑자기 더 많이 오게 할 수도 없다. 이번 배정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서류상으로 만든 숫자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다만 숫자가 조정된다면 증원 자체에 대해서는 수용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숫자를 정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며 "의대 교육 여건이나 의사 수 추계가 어느 정도 증명되는 상황에서 숫자가 정해져야 한다. 그래서 증원에 대한 백지화를 얘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백지화가 '0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학적 사실과 정확한 추계, 현재 교육 및 수련 여건에 기반한 결과가 나오면 누구나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위공직자 겁박‧비아냥, 사태 악화"
그는 필수의료‧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제반을 우선 갖추고, 그에 맞는 추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창수 회장은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150여 명 중 피부과‧안과‧성형외과 전공의는 9명뿐"이라며 "이들이 나가 필수의료를 담당할 여건만 만들어지면 현재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와 체계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정확한 추계가 될 수도 없다. 정부가 증원 근거로 삼은 3개 보고서 저자들도 일관되게 말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단순히 숫자 늘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숫자가 나중에는 비효율로 다가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한 달여간 정부 인사들의 언사도 거듭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태 악화의 가장 큰 책임은 비아냥과 협박으로 일관한 고위공직자"라며 "언어의 품위를 갖춰야 함에도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비아냥으로 의사들에 심각한 상처를 줬다"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