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대학병원에서 인턴 의사를 만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의대를 졸업한 신규 의사들이 인턴 수련을 포기하면서 수련현장은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금년 1월 충원율 100%를 웃돌며 소위 '인턴 잔치'를 벌였던 주요 수련병원을 포함해 대부분 병원들은 새내기 의사를 끝내 고용하지 못한 채 상반기 운영을 시작하게 됐다.
데일리메디는 인턴 임용 등록 기한인 2일 전국 주요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현황을 조사했으나 대부분 공개를 거부했다. 간접적 추산은 정원의 10% 정도 예측되는 상황이다.
현황을 공개한 수련병원 7곳은 모두 "1명도 등록하지 않았다"고 참담한 상황을 밝혔다.
이날 오전 전병왕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 기준 임용등록한 인턴 인원은 전체의 10%에 못 미친다.
3058명의 의대 졸업생 중 2697명이 인턴 수련을 예정했지만 아직까지 등록하지 않은 인원이고, 1일까지 등록한 인원이 10%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못박은 이날까지 인턴 임용등록을 하지 않는다면 공식적인 모집절차는 오는 9월 임용을 계획으로 8월에 시작되는데, 이 다음 기회마저 수련병원들은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진료현장 등진 젊은의사들…비관적인 수련병원들
A 수련병원 관계자는 "하반기까지 가면 공백이 크다"고 우려하며 "그 전에라도 아니면 5월 1일자로라도 특별전형을 만들어 채용할 수 있도록 특별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절박한 심정을 전했다.
B 수련병원 관계자는 "하반기에 인턴 충원이 가능할지 도저히 예측이 안 간다"며 "정부와 인턴 미등록자들 의중을 모르겠고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하반기까지 병원이 버틸 수 있을지가 문제가 아니라 당장이 문제"라며 "이미 전문의들이 전공의 공백도 다 메우고 있는데 사실상 병원이 점점 멈춰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C 수련병원은 이날 전공의 1년 차 일부만 계약에 성공하고 인턴은 아무도 등록하지 않았다.
이 병원 관계자는 "하반기 충원도 확신할 수 없다"며 "인턴 없이 출발하는 병원에서 일어날 일이 의료진 업무 가중 뿐이겠나. 이미 축소 운영을 하고 있어 환자 불편이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까지 등록하지 않은 의사들은 상반기에 인턴 수련이 불가하며, 9월 하반기에 공백이 생기면 인턴 수련을 할 수 있다. 이 때도 수련이 불가하다면 내년 3월에나 다시 지원할 수 있다.
정부 역시 인턴 공백을 우려하는 동시에 비상진료대책도 강구할 방침이다. 전병왕 총괄관은 "여러 의료진 이탈 부분도 감안해 비상진료 대책을 통해 국민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떠나간 전공의·의대생들 "수련 의향 없다"
정부 구상은 이렇지만 정작 사직 전공의 또는 휴학한 의대생 중 34%는 수련을 거의 단념한 것으로 보인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씨는 2일 서울 광화문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설문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류옥 씨와 그의 동료들은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1일까지 4일 간 전공의 1만2774명, 의대생 1만834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참여 인원은 전공의와 의대생을 합쳐 총 1581명이었고 '차후 전공의 수련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531명(34%)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수련 의사가 없는 이유(복수응답)로는 87.4%가 '정부와 여론이 의사직종을 악마화하는 것에 환멸이 났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의대생들은 의대 정원 확대 정책 발표 이후로 수련이 필수적이지 않다고 느끼고, 심지어는 국내 수련이 아닌 해외 수련을 고려하고 있었다.
지난 1일 의대생 단체 투비닥터(대표 김경훈)가 인천성모병원 이준서 교수의 연구 일환으로 전국 의대생 85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결과를 발표했다.
설문결과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전 '인턴, 전공의 수련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 응답자는 91.4%였지만 발표 이후로 그 비율은 32.4%로 급락했다.
수련하지 않고 일반의(GP)가 되겠다는 응답은 0.8%에서 21.2%로 급증했으며, 해외 진출에 대한 고려는 1.9%에서 41.3%로 대폭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