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대입 정시마감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대학이 수시 모집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해 정시로 넘겨 모집하는 이른바 '정시 이월' 인원이 의과대학에서만 100명 이상 발생했다.
현재 정부가 별다른 방침을 내놓지 않고 있기에, 의대 정원 모집 중단 또는 정시 이월 금지를 요구했던 의료계의 마지막 희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교육부, 1일 입시전문기업 종로학원에 따르면 전국 의대 39곳 중 25곳에서 미충원 즉 정시 이월 인원이 발생했다.
그 인원은 105명으로, 2024학년도 이월 인원 43명보다 무려 144% 증가했다. 정시 이월 인원이 100명을 돌파한 것은 문·이과 통합수능이 도입되기 직전인 2021학년도(157명) 이후 4년 만이다.
올해 의대 모집정원 확대 정책 영향을 직격으로 맞았다는 분석이다.
권역별로는 이월 인원이 특히 지방에서 대량 발생했다. 부산·울산·경남 29명, 대구·경북 23명, 충청 30명, 호남 12명, 제주 2명, 강원 7명 등이었다. 2명의 이월 인원이 발생한 서울권은 전년 9명에 비해 오히려 7명 줄었다.
의대별로 살펴보면 ▲대구가톨릭대 17명 ▲충남대 11명 ▲건국대(글로컬) 11명 ▲부산대 10명 ▲고신대 8명 ▲전북대 7명 ▲인제대 5명 ▲조선대 4명 ▲을지대 4명 ▲가톨릭관동대 3명 ▲연세대(미래) 3명 등이다.
이어 ▲건양대 3명 ▲동국대(WISE) 2명 ▲경북대 2명 ▲울산대 2명 ▲제주대 2명 등이 발생했다. 한림대, 영남대, 전남대, 계명대, 동아대, 경희대, 고려대, 순천향대 등도 각각 1명씩 이월하게 됐다.
치대·한의대·약대 등까지 합쳐 의약학계열 전체로 보면 수시 미충원 인원은 198명(치대 23명·한의대 30명·약대 50명)으로, 지난해 129명 대비 급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시 미충원 인원 대량 발생 현상을 "의대 모집 정원 확대 영향이 의대와 한의대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수시 중복합격에 따른 추가합격도 크게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석했다.
이대로라면 정시에서도 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늘어날 것이란 게 임 대표 전망이다.
임 대표는 "정시에서도 수능 고득점학생들은 의대에 집중 지원할 것"이라며 "정시에서 추가합격으로 인한 대학 간 이동이 발생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도 상당수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등록포기 인원 정시 이월 금지가 현실적"···"대입전형시행계획 변경 불가"
한편, 이 같이 수시 전형으로 등록하지 않아 발생한 105명에게 정시로 의대에 지원할 기회를 주지 말자고까지 제안했던 일부 의료계 입장에서는 답답한 입장이다.
의료계는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중단과 원점 재논의를 요구했지만, 상황 변화 없이 수시 모집이 시작되자 일부 인사들은 대안으로 정시 이월 중단을 제시한 바 있다.
강희경 前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수시 합격생이 있고 정시 합격 가시권 학생들도 있다"며 "등록포기 인원을 정시로 이월해 뽑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은진 서울의대 비대위 교수도 "무조건적 모집정지와 원점회귀는 현실적으로 불가하다. 이월을 중단하고 2026년~2027년 의대 교육 과밀화를 피하는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정부 측은 정시모집 인원 조정도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대입전형시행계획,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근거로 반대했다.
이 장관은 "대입전형시행계획은 수시와 정시 인원을 따로 제시하지 않고 한꺼번에 제시한다"며 "변경 가능한 예외사항은 천재지변인데, 의대 증원을 천재지변으로 볼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시작된 정시 모집은 1월 3일 마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