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분석] 서울대학교병원 인턴
110명이 추가 수련 위기에 처했다
. 반드시 이수해야 할 진료과목 수련 누락에 따른 후폭풍이다
. 해당 인턴들은 짧으면
2주
, 길게는
6주 동안 인턴 수련을 다시 받아야 한다
. 최악의 경우 전문의 자격을 한 해 늦게 취득할 수도 있다
. 해당 전공의들은 일방적 피해자임을 주장하며 구제를 요구했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예외없는 처분을 예고했다
. 더욱이 서울대병원의 전공의 수련규정 위반에 대한 정원감축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이번 사태는
2019년 하반기 병원계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중이다
.
병원이 제안한 수련의 덫
해당 문제는 지난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병원은 당시 인턴들에게 어린이병원에서 수련을 받도록 했다.
소아신경외과, 소아흉부외과, 소아이비인후과 등에서 수련을 해도 전문의 자격 취득 필수과목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해당 인턴들은 병원 측 제안에 따라 어린이병원에 개설된 각 진료과를 돌며 근무와 수련을 병행했다.
하지만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이러한 서울대병원의 수련방식은 필수과목을 이수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련병원 인턴은 의과대학을 졸업한 이후 밟는 첫 수련 과정이다. 1년 간 여러 진료과를 돌며 경험을 쌓은 뒤 자신이 전공할 진료과목을 결정하는 시기다.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인턴 수련은 ▲내과(4주) ▲외과(4주) ▲산부인과(4주) ▲소아청소년과(2주)를 필수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서울대병원은 운영 중인 서울대어린이병원 내 소아흉부외과, 소아이비인후과 등의 근무에 대해서도 소아청소년과 수련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 자병원으로 파견 수련 중일 때 산부인과 병동 응급콜을 받은 부분도 산부인과 수련으로 인정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수련환경 평가를 담당한 위원들의 해석은 달랐다. 수련과정 임의 변경은 문제인 만큼 해당 인턴 110명에게 추가수련과 서울대병원에는 정원감축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는 보건복지부는 수평위 의결사항을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수평위 의견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면 전공의 정원감축 패널티는 2021년부터 적용된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관계자는 “전공의들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있지만 서울대병원이라고 유예하고, 다른 이유로 봐주면 답이 없다”며 원칙을 준용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인턴 변칙수련, 공공연한 비밀
사실 인턴 수련과정 임의 변경은 비단 서울대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각 수련병원들이 상황에 맞게 인턴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사례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각 진료과의 부족한 인력을 채우는 식으로 인턴 수련 일정을 수립하는 게 관행이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인턴은 보통 업무가 많거나 인력이 부족한 진료과에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문제에서 자유로운 병원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일침했다.
이어 “결국 인턴을 수련 대상이 아닌 근로자로 여겨 발생하는 문제”라며 “체계적인 인턴 커리큘럼을 만들어 각 수련병원들이 이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레지던트 합격 취소 사태 역시 두루뭉술한 인턴 수련체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이대목동병원의 경우 지난해 필수과목 이수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인턴들에게 수료증을 발급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인턴들이 수련 과정이 끝나기 두 달 전 원하는 과에서 추가 수련을 받고 싶다는 뜻을 병원 측에 전달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병원 측은 인턴들의 요구에 따라 수련교육 일정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필수과목 이수 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수료 기준 미달자가 속출했다.
보건복지부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조사결과를 토대로 이대목동병원에 대한 과징금과 함께 해당 인턴 9명의 레지던트 합격 취소 처분을 내렸다.
다만 인턴 전체 필수과목 중 1개 과목 미이수라는 점 등을 고려해 레지던트 합격 취소 대신 인턴 미이수 과목 이수로 처분 수위를 낮췄다.
이번 서울대병원 인턴 사태의 경우 전공의들이 피해자라는 지적이 지배적임에도 불구하고 이대목동병원 사례와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추가수련이 필요하다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달 중으로 사전처분 통지를 서울대병원에 전달할 예정”이라며 “이후 병원에 해명기회가 부여되며, 의견 청취 후 합리적이라고 여겨지는 부분은 반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날벼락 맞은 전공의들 구명활동 통할까
꼬박 1년을 병원이 시키는 대로 수련을 받은 전공의들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때문에 이들의 무고함을 주장하며 구명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본격화 되는 모습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가장 먼저 나섰다. 대전협은 사건이 불거진 직후 서울대병원 전공의 보호를 최우선으로 두고 대응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해 했다.
박지현 회장은 “추가 수련이든 정원감축이든 결국 전공의에게 피해가 돌아온다”며 “수련병원의 잘못으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전공의가 피해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수련병원을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는 보건당국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박 회장은 “수련병원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관리감독이 얼마나 허술했으면 이대목동병원 사태 이후 불과 1년 만에 서울대병원에서 이런 일이 재발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열심히 수련받은 귀중한 인재들이 추가수련을 받고 새로 들어올 인턴이 과중한 업무를 떠안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지현 회장은 “서울대병원 전공의들은 지난 1년간 인턴 수련을 올바르게 마쳤다”며 “이들이 병원의 무책임함과 복지부의 관리감독 부재로 불합리한 처분을 받지 않도록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회장과 긴밀하게 논의 중이며 해당 전공의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수평위에서 적극적으로 대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사자인 서울대병원 전공의들 역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 294명은 병원 게시판에 ‘2018년도 인턴 수료자 추가 수련, 인턴 정원 축소’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작금의 상황을 성토했다.
병원이 정한 스케줄에 따라 성실히 수련을 받았을 뿐인데 왜 추가수련을 수용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이름으로 노조 신청도 준비 중이다. 정식 노조로 인정받은 후 합법적 파업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서울대병원 전공의는 “병원의 귀책사유로 이번 사태가 발생했지만 병원은 과태료 100만원 처분 밖에 받지 않는다”며 “더 큰 문제는 인턴 수가 줄어도 충원 계획이 없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