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대학교 시설이 아닌 교육협력병원에서 의과대학생 교육을 실시하는 것에 대해 교육부가 ‘불법’이라며 각 대학에 시정을 요구, 의료계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다만 범위는 이론수업에 한정했다. "실습교육은 양질의 인프라를 갖춘 교육협력병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3일 병원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작년 말에 울산대 의대와 성균관대 의대를 대상으로 현장실사를 벌인 뒤 "협력병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론수업을 대학교에서 실시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번 교육부 시정요구에 따라 두 대학은 이달 말까지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계획서를 반복적으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행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교육은 인가를 받은 대학교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두 대학의 경우 대학이 아닌 시설, 즉 협력병원에서 의대수업이 진행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실습교육의 경우 의대와 협력병원 상황에 따라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동법에 따라 의예과나 기초의학에서 이뤄지는 이론교육은 대학교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교육협력병원에서 의과대학 수업이 ‘편법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수 차례 제기됐다.
당시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부 사립대의 경우 의과대학 정원을 배정받은 지역에 부속병원을 두지 않고 별도 교육병원을 지정해 지역에서 양성한 학생들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지역 병원에서 교육하고 있었다”며 “지역의료 불균형 해소와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정부 조치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는 것”이라며 시정을 촉구했다.
지난해 교육위 국정감사에서도 도종환 더불어민주당의원은 “울산대 등은 요건을 갖추지 않고 다른 지역에서 교육하고 있는데 교육부는 잘못된 점을 지적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서울에 있는 병원, 지방에 있는 대학…협력병원 소속 교수들 난감
‘협력병원 의대교육’ 논란과 관련, 그동안 해당 대학과 병원은 "양질의 교육을 위해 대학교가 아닌 협력병원에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 교육부 시정 요구는 이론수업에 국한됐다. 실습교육에 대해선 대학이나 병원측 주장이 타당하지만 이론교육마저 협력병원에서 이뤄져야 하는 법적‧현실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협력병원 교수들은 여전히 교육부 판단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모습이다.
교육부는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각각 이론과 실습교육으로 나누고 있지만, 의대교육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과정에서 이러한 이분법적 분류는 적절치 않다는 설명이다.
협력병원 소속 A교수는 “최근에는 본과 1학년 때부터 조기에 임상 노출이 이뤄지고, 또 통합의학이란 새로운 형태의 혁신적인 교육방법이 도입되고 있다”며 “이러한 교육방법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서 우수사례로 평가됐고, 또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의대 6년제 학제 개편’에서도 적합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접근성 문제도 토로했다.
대부분의 협력병원은 의과대학이 설치된 대학과 다른 지역에 소재해 있다. 대형병원인 교육협력병원들은 서울에 위치해 있다.
예를 들어 울산대 의대의 경우 협력병원인 서울아산병원 소속 교수들이 수업을 하기 위해선 울산까지 내려가야 한다. 성균관대 의대는 서울 일원동 소재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이 수원캠퍼스에서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교수와 학생들이 수업을 위해 지방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시간적 소모가 적잖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협력병원 B교수는 “뛰어난 역량을 갖춘 의료인을 교육하기 위해선 인적‧물적 등 모든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멀리 떨어진 거리도 문제지만, 각 의대에선 병원보다 강의실 등 시설이 열악한 것이 사실”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