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방향에 어렵게 합의한 정부와 의사단체가 증원폭 등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했다.
하지만 ‘의사 수 늘리기’가 능사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의사단체에 대해 정부는 그동안 의사단체 집단행동에 따른 후유증을 언급, ‘다른 논의 주체가 추가될 필요가 있다’고 맞서면서 대립 양상을 보였다.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와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15일 오후 서울 중구 소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의료현안협의체 제11차 회의’를 가졌다.
앞선 지난 8일 회의에서 양측은 진통 끝에 의대 정원 확대에 합의했다. 오는 2025년 입시부터 증원된 정원이 반영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광래 인천의사회 회장은 15일 회의에선 의대 정원 증원을 통한 의사 확충이 필수의료 위기를 개선할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수많은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국민 의료비가 늘어나고 건강보험 재정을 파탄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를 붕괴시킬 수 있다. 우수한 인재를 모조리 흡수하는 의대 쏠림 현상을 가속해 이공계 파멸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대 정원이 늘어도 해당 인원이 배치되기까지 15년 정도가 걸리는데 소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문제는 당장의 시급한 사안”이라며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의사의 워라밸도 제도 개선의 한 축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제안대로 의료인력 확충 방안을 논의하더라도 현재 의료인력 수요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분석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내년부터 인턴이 전공 선택시 필수의료 진료과 지원토록 제도 개선 필요"
이 회장은 “당장 내년부터 인턴이 전공과목 선택 시 필수의료, 산부인과, 소아과에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에 대한 개선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 20년간 의료정책을 둘러싼 의료계 반발 행위에 작심 발언을 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에 따른 집단휴진으로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시작됐고, 이제는 일상화됐다고 비판했다.
원격의료와 관련 의료계는 총파업을 선언해 결국 좌초됐고 최근에는 코로나19 대응이 급박한 상황에서 의대정원 확대에 대해 전공의들까지 집단행동에 참여, 상급종합병원 응급실과 수술실에서 의료공백 우려가 커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정책관은 “그동안 정부와 의료계,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진지한 토론과 차분한 논의보다 갈등을 생산하고 소비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단식과 삭발, 장외투쟁과 집단휴진이 지난 20년을 대표하는 단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 논의에 의사단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체가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의사 확충과 보건의료 인력 전반에 대한 개혁이 국민 생명·건강, 교육, 국가 산업, 지역 사회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폭넓은 논의 테이블을 구성해 전문가와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정부는 사회적 공론화 필요성과 방식에 대해 초기부터 고민을 갖고 있었다. 국민과 의료계 모두 의사인력 확충 등 정책 공론화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정부는 의료인력 양성·재배치와 함께 수가 구조 개편, 지역근무 활성화 방안, 질 높은 의학교육 등 종합적인 정책 패키지를 준비해서 대처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포럼 개최 의료인력 수급 추계 등 모색"
정부와 의사단체는 조만간 전문가 포럼을 열고 인력수급 추계를 할 계획이다. 다만 시민사회 및 환자단체 참여 여부는 아직 미정이다.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이날 회의 후 브리핑에서 “포럼 일정, 참여 대상 확대, 방식 등 구체 사항은 추가 논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필수의료‧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필요한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다각적인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국민 건강증진과 필수의료‧지역의료 활성화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최적의 실행방안을 찾기 위해 10차에 걸쳐 논의했던 다양한 사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차 과장은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 부담 경감을 위해 법‧제도‧보상 등 전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면서 “앞으로 의료계, 환자, 전문가 등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서 필수의료‧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