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下] 최근 산청군의료원과 속초시의료원 등 지방의료원들은 3억원 이상 고액 연봉을 제시해도 지원자가 없어 의사 인력 수급에 난항을 겪었다.이에 정부는 지난해 4월 국립대병원 공공임상교수제 시범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10개 국립대병원에 150명의 임상교수를 선발해서 41개 공공의료기관에 배치한다는 내용으로, 6개월간 총 187억5000만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150명 모집에 최종 선발자는 23명에 불과해 충원율 15.3%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박향 보건복지부 공공의료정책관은 “정부는 지난해 지역의료원이 의사인력 수급에 도움이 되고자 공공임상교수제를 시행했지만 인력을 모집하기 상당히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어 “한 병원에서 근무하더라도 교육부에서 인정받은 정원과 단순 임상연구직 등 다양한 근무형태가 있었다”며 “정식으로 인정받는 교수직이 아니라면 큰 매력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과 조인수 한일병원장 또한 공공임상교수제 취지에 공감하면서 정착화를 위해서는 대폭 개선이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주영수 원장은 “공공임상교수제 도입 전 공공병원에 의사 인건비를 지원해 주는 제도가 있었다”며 “잘 되는 지역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인수 원장은 “공공임상교수제가 활성화만 된다면 굉장히 좋은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며 “하지만 제도 정착의 가시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심도 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대학병원 퇴임 후 공공병원으로”…시니어의사제 활용
대학병원에서 정년을 마친 65세 의사들을 의료취약지역의 공공병원 등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니어의사제 또한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대한의사협회 및 국립중앙의료원 등과 함께 65세 이상의 시니어의사를 공공병원에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니어의사제 도입을 준비 중이다.
박향 정책관은 “대한의사협회가 의사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인력을 조사하면 정부는 국립중앙의료원을 통해 각 지방의료원 의사 수요를 조사하고 매칭하는 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예산을 배정해 시니어 의사들이 공공병원에서 남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의료원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주영수 원장은 “의협은 예전부터 시니어의사 활용 정책이 마련되길 바랬고, 마침 정부도 공공병원 의사인력난을 고민하고 있어 시니어의사제 정책화를 제안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니어의사들은 금전적 보수보다 본인이 원하는 조건에 맞춰 유연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중시 여긴다”며 “원하는 조건을 적절히 마련하면 큰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반드시 대학병원 퇴임 교수에 국한시킬 필요가 없다”며 “준종합병원에서 경험 많은 의사들이 오히려 공공의료 현장에 적합한 경우가 많다. 다양한 인력풀 확보가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서북병원, 2년마다 재계약 통한 정년 연장
간담회 참석자들은 정년 65세를 넘긴 의사는 ‘년(年) 단위’ 계약직 고용을 통해서라도 인력 활용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특별시 산하 서북병원은 모든 직원의 임기가 없고 2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임기제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현석 서북병원장은 “정년이 없다 보니 51년생 의사도 있다”며 “다른 공공병원도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고 이후 임기제를 도입해 2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방식을 고민하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시니어의사는 개인별로 업무 능력 차이가 크기 때문에 병원도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는 편이 좋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현석 서북병원장은 대학병원에서 은퇴한 의사의 활용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금 문제’ 해결이 우선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석 병원장은 “대학병원 정년 후 연금을 포기하고 재취업한 사례가 있다”며 “정년연장이나 임기제 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인 연금 문제를 해결하면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잔류를 원해도 스타교수가 아니라면 힘든 경우가 많다”며 “그런 인력을 공공병원으로 유입 시키기 위해 재취업 시 사학연금 등을 보전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