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수술 도중 대동맥 캐뉼라가 빠져 환자에게 영구적인 발달장애 후유증이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의료진 과실을 인정하며 9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17-2민사부(재판장 차문호)는 환자 A씨 등이 재단법인 B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재단법인 B가 운영하는 C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났는데 당시 팔로사징후(tetralogy of Fallot) 및 부분적 폐정맥 이상, 시미타 증후군 등 선천성 심장기형 등을 진단받았다.
이후 추적검사를 계속하던 A씨는 2014년 7월 C병원에서 1차적으로 완전교정술(total correction)을 받았다.
수술 후 A씨는 심장 CT 검사상 우폐정맥 협착 소견을 보였고, 2015년 1월 혈관조영술을 시행한 결과 우폐정맥 협착을 확인했다.
당시 C병원 의료진은 수술적 치료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추적조사를 하면서 경과를 관찰하기로 했다.
2015년 10월 A씨 심장 MRI 검사 결과 좌측 간정맥 및 우측 간정맥이 연결 및 확장, 우측 폐 저형성증 의증 상태 등이 나타나자 2차 수술을 진행키로 결정했다.
의료진은 2015년 12월 4일 A씨 우측 개흉술로 가슴을 열어 주요체폐 측부동맥 결찰술 및 우폐정맥-우심방 연결술을 시행했으며 정중 흉골을 절개해 우폐정맥과 우심방 문합 부위 심방중격 절제술 등을 진행했다.
하지만 수술 직후 의료진이 인공심폐기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수술 중 혈액 공급을 위해 삽입했던 대동맥 캐뉼라가 갑자기 제거돼(decannulation) A씨 혈압이 저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수술 3일 뒤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부분경련발작 증세를 보였고, 대뇌 MRI 검사 결과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의 후유증 등의 소견이 나타났다.
이후 재활의학과로 전과해 3주간 재활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지만 A씨는 영구적인 인지장애 및 언어장애, 미세운동장애 등 발달장애 후유증이 남았다.
법원 "소아환자 대동맥 직경 좁아 충분한 시야 확보 쉽지 않아 의료진 과실 60% 제한"
A씨와 그의 부모 등은 "의료진이 수술 도중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서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원고들은 "의료진 과실로 대동맥 캐뉼라가 탈락했다"며 "의료진은 재빨리 이를 재삽입하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어야 하지만 이 역시 지연돼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을 입게 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법원은 "심장 수술 도중 대동맥 캐뉼라가 탈락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방지해야 하는 사고인데 이 사건은 좁은 수술 시야로 인해 예기치 못한 건드림으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진의 수술상 과실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캐뉼라 탈락 후 응급조치 지연에 대한 의료진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의료진은 캐뉼라 탈락을 인지한 직후 다시 대동맥 캐뉼라 삽관을 시도하고 체외순환기 가동을 시행했으며 혈압 유지를 위해 약을 투여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했다"며 "재삽관 및 체외순환기 재가동까지 소요된 시간은 5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가 출생 시부터 선천적 심장 기형 질환을 앓았으며 수술 당시 1세에 불과한 소아로서 대동맥의 직경이 좁아 의료진이 매우 좁은 시야에서 수술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을 60%로 제한한다"며 "8억9900여 만원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