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신생아 분만을 담당한 산부인과 의사에 대한 12억원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의료계 공분이 커지고 있다.
개원가는 물론 학회 차원에서도 해당 판결이 분만 인프라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감을 감추지 않는 모습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이사장 박중신)는 2일 "불가항력적 사고를 인정하지 않는 재판부 판결이 산부인과 의사를 위축시키고 분만 인프라 붕괴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또한 "이번 판결로 분만실 의사들은 큰 상처를 안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며 "상급심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제1민사부는 뇌성마비 신생아 분만을 담당한 의사에게 주의의무 소홀 등을 이유로 12억원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박중신 이사장은 "'분만'이라는 의료행위는 본질적으로 내재된 위험성이 크다"며 "환자가 원치 않던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100% 피할 수 없다"고 설파했다.
그는 "특히 신생아 뇌성마비는 뇌의 비정상적 발달이나 성장하는 뇌가 손상돼 발생할 수 있어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인이 적절한 조치를 취해도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거액의 배상 책임을 묻는 게 작금의 현실"이라며 "이는 불철주야 분만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결국 불가항력적 사고를 인정하는 않는 재판부 태도가 분만 인프라 붕괴라는 재난상황을 야기할 것이라 경고했다.
박 이사장은 "불가항력적인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재판부 판결은 열악한 상황 속 사명감을 갖고 묵묵히 분만실을 지키던 산부인과 의사들을 개탄하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분만 인프라 붕괴라는 재난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며 "전국 법원에서 진행 중인 의료분쟁을 담당하는 재판부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결을 내려달라"고 덧붙였다.
학회는 저출산 시대에 국가적 제도 보완 필요성 또한 강조했다.
박중신 이사장은 "분만 위험 부담은 의사 개인의 몫이 아닌 국가가 담당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분만을 담당하는 의사가 없어져 임산부가 분만할 병원이 부족해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도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보상제도가 있으나 그 보상 액수가 3000만원으로 적다"며 "보상 액수의 대폭 증액 또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