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과 영남권 대표 산부인과병원들마저 ‘저출산율’을 비롯해 ‘수도권 쏠림’, ‘비인기과 기피’라는 삼중고에 결국 무너졌다. 서울, 부산, 대전을 제외한 전 지역의 국내 원정출산이 가시화되고 있다.
광주 북구 소재 문화여성병원이 지난 9월 30일 폐원했다. 이 병원은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마취통증의학과, 진단영상의학과, 산후조리원 등을 갖춘 대형 산부인과였다.
병원 측은 폐원 이유로 ‘지속적인 분만 감소로 인한 경영난’을 들었다. 광주 지역 합계 출산율은 지난해 가임 여성 1명당 0.844명에 그치며 5년 연속 ‘0’명대를 기록했다.
지난 9월 1일에는 울산 대표 여성병원인 프라우메디병원이 무기한 휴원에 들어갔다. 이 병원 역시 지난 1991년 개원해 본관 7층, 별관 7층 규모의 대형병원이다.
프라우메디병원은 지난 7월 13일 병원 홈페이지에 ‘고객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게시하고 “의료인력 수급 어려움으로 안전한 진료를 제공하기 어렵다”며 휴원 사유를 밝혔다.
울산은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85명에 낮은데 더해, 산부인과 전문의 수도 인구 1만명당 1.04명으로 전국 평균보다 적다. 인근 경북과 경남권 산부인과 전문의는 인구 1만명당 각각 0.78명, 0.93명으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지방 산부인과의 삼중고는 오랫동안 부각됐지만 상황은 좀처럼 반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출산율은 물론, 의료계 주요 현안인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와 비인기과 기피 현상도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9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6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인구 1000명당 성형외과 전문의가 58% 증가한 반면 산부인과 전문의는 1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가한 산부인과 전문의마저 수도권에 더 많이 투입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8월 30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10년간 지역별 인구 1만명당 산부인과 활동 전문의 현황에 따르면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서울은 2013년 대비 2022년에 인구 1만명당 산부인과 전문의가 0.25명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울산은 그에 3분의 1도 안되는 0.07명 증가했다.
신현영 의원은 “필수의료 붕괴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지역별 의료인력의 불균형 격차가 더욱 심각해지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산부인과 취약지역에 분만수가를 더 얹어주는 지역수가제, 안전정책수가 신설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울산과 광주 등 광역시는 제외 지역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 8월 8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과 만난 자리에서 "특정 지역 제외 없이 분만실 운영은 힘든 상황이다. 지역의 구분 없이 일괄 수가를 인상한 다음에 분만 취약지역은 별도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