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영향 등으로 분만을 포기하는 산부인과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가운데, 필수의료 인프라 유지를 위해 분만수가를 최소 400%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재연)는 지난 15일 서울롯데호텔에서 개최된 제50차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산부인과 의사들은 분만 현장을 떠나는 것이 유일한 살길”이라고 지적하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대한민국 출산율은 0.7명인 역대 최저 수준으로, 지난 4월 1만8484명이 태어나며 처음으로 2만명 선이 무너졌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통상 연초에 출생아 수가 많은 것을 감안하면 남은 2023년 합계출산율은 0.6명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출생률이 떨어짐에 따라 분만을 포기하는 산부인과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산부인과 의원 중 82%는 올해 7월까지 단 한 차례도 하지 분만 청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연 회장은 “최근 분만사고 소송에서 손해배상 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분만을 포기하는 분위기가 확대되고 있다”며 “2030년대가 되면 총 배상액이 20억원이 넘는 판결도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누가 산부인과 분만을 책임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정부는 산부인과 의료사고 중 의사 무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산모에게 최대 3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김재연 회장은 “정부의 배상 금액은 사고 결과로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며 “보상 규모를 현실적으로 인상하고 과실이 인정돼도 공공의료 영역이기 때문에 판결 금액 80%는 국가가 책임지는 획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82% "분만 포기"···"필수의료 유지 위해 수가 400% 인상 절실"
"분만사고 배상 금액 더 올리고 과실 인정돼도 공공의료 영역 감안, 국가 80% 책임 필요"
"정부 산부인과 수가 개선책, 8개월 넘도록 깜깜무소식"
또한 이들은 정부가 약속한 분만 수가 개선 대책이 지난 2월 발표 이후 8개월이 넘어가도록 대책 마련이 전무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특별·광역시 등 대도시 제외한 지방 분만수가를 최대 300%까지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출생아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300% 인상안은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의사회 지적이다.
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국내 여러 전문가들은 매년 출생아 수 4% 감소를 예측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2025년에는 21만7433명, 2030년에는 17만7000명의 신생아가 태어난다.
김재연 회장은 "임산부 응급실 역할을 하는 분만실은 24시간 운영이 원칙"이라며 "분만실 운영을 위한 최소인력인 전문의 2명, 간호사 7명, 지원인력 1명의 최소 인건비를 계산하면 연간 8억66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분만 병원이 연간 8억6600만원의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상된 분만 수가 기준 특별시 및 광역시는 연간 분만이 700건, 비광역시는 500건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러한 분만 건수는 신생아 수가 감소하는 국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수치”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의 300% 인상안만으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최소한 분만비 400% 인상을 보장해야 최소 분만인 월 10건만으로도 분만실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최근 정부가 필수의료 보장 등을 위해 발표한 의대정원 확대 정책과 관련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재연 회장은 “절대적인 의사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산부인과나 소아청소년과같은 기피분야에 의사들이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이라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의사 1000명을 늘려도 기피과 인력난은 개선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