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를 둘러싼 논란이 연일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 내 대표적인 찬성파와 반대파 대표주자들이 다시금 맞붙었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공공의대법 공청회 이후 10개월 만이다. 정원 확대 찬성파로는 서울의대 김윤 의료관리학과 교수가, 반대파로는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이 나섰다.
이들은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근 의료계 최대 화두인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김윤 교수는 필수의료 의사 부족과 인구 고령화로 인한 의사 수요를 고려했을 때 의사 증원이 필수인 만큼 의대 정원을 현재보다 최대 4500명까지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반면 우봉식 소장은 응급실 뺑뺑이, 소아진료 대란 등의 원인을 면밀히 살펴보면 의사수가 아닌 제도적 문제인 만큼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반박하며 맞섰다.
김윤 교수는 “우리나라에 의사가 부족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OECD 국가 대비 2/3 수준에 불과하고 한의사 빼면 거의 절반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실 뺑뺑이 원인은 의사가 부족해서이며, 지방에는 연봉 4억을 준다고 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등 의사인력 부족 현상은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의 인구수 감소에 따른 의사 증원 불필요 주장에 대해서도 일갈했다.
그는 “의사협회는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의사를 늘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고령인구가 늘고 소득 수준도 높아지면서 의료수요는 인구 감소 대비 5배나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이유로 선진국 대부분이 2000년대 초중반부터 대학병원을 대폭 늘렸고, 시간이 지날수록 OECD 국가들과의 의사수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의협 주장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라며 “의대 정원을 2500명 더 늘리고 OECD 평균에 맞추려면 최대 4500명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의사수 확대는 필요조건이고, 작금의 의료 시스템 붕괴, 의료대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체계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반면 우봉식 소장은 “국가마다 다른 제도, 공급 구조 등을 감안하지 않고 단지 숫자에만 집착하는 것은 고차 방정식을 단순 덧셈, 뺄셈으로 결정하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대 정원 확대의 도화선이 된 필수의료와 관련해서도 젊은의사들이 기피할 수 밖에 없는 제도적 환경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필수의료 분야는 저수가 및 법적책임에 대한 부담 등으로 젊은의사들 발길이 끊어지고 있다”며 “오진에 따른 형사처벌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인력대란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생아 중환자실 사망 사건에 연루된 대학병원 의사들이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다”며 “언젠가 살인자로 피소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지원자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우봉식 소장은 “2000년도 의약분업 당시 정부는 의사 리베이트가 없어지는 만큼 약제비가 감소한다고 장담했지만 결과는 달랐다”며 “의대 정원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의대 정원을 계속 늘리면 의료 과소비 불길에 기름을 끼얹어 결국 건강보험과 보건의료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