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이란 큰 파도에 맞춰 의료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의대 신설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전남 도의원으로 구성된 ‘전남도 의과대학 유치 대책위원회’는 지난 18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의대정원 확대만으론 의료격차를 해소할 수 없고 필수·공공의료체계 붕괴를 막을 길이 없다”며 “정부와 국회가 전남도 국립 의대 신설법안을 조속히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남도당 위원장인 신정훈 의원을 비롯해 김승남·김원이·김회재·소병철 의원 등 전남을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참여했다. 소병철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삭발을 감행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이동해 ‘전라남도 의과대학 유치 촉구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 전남 도의원, 목포·순천 시의원, 목포대·순천대 관계자, 지역 당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원이 의원은 삭발식을 진행했다.
전남은 세종시를 제외하고 전국 광역시도 중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지역이다. 이 때문에 과거부터 전남 지역의 의대 신설이 지속 요구됐다.
광주에 전남대병원이 있지만 전남 대부분 지역에서는 차량으로 이동시간만 1시간 이상 소요되며, 특히 고흥, 광양, 구례, 여수, 완도, 진도 등 지역은 대중교통 이용 시 2시간 30분 이상 걸린다는 주장이다.
이번 기자회견을 연 전남도 의과대학 유치 대책위원회는 지난해 7월 전남도 본회의 의결로 구성된 이후 서명운동, 궐기대회, 토론회 등 의대 신설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경북 포항시도 의대 신설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의대 입학정원 확대가 거론된 직후인 지난 14일 포항시민 1000여명이 청림운동장에서 '포스텍 연구중심의대 설립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연구중심의대 설립을 염원했다.
포항시는 지난 2018년부터 포스텍, 경북도와 함께 연구중심의대와 스마트병원 설립을 추진했다. 포스텍 연구중심의대는 연간 입학정원 50명 규모의 8년 과정으로 개교할 계획이다.
포항시는 최근 의대 증원 기류에 맞춰 활동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17일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관련 동향과 대응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포스텍과 마찬가지로 연구중심의대 설립을 주장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공동 촉구 결의문도 발표할 예정이다.
전남·경북 이어 경인권 의료취약지역도 "공공의대 설립" 목소리
올해 들어 코로나19가 안정화되고 지역 의료격차가 주목받으며 의료취약지를 중심으로 의대 신설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경북도는 지난 9월 4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남도와 함께 국립의대 설립을 촉구하는 대정부 공동건의문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는 각 도지사와 더불어 안동대, 목포대, 순천대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들은 전남과 경북 두 지역이 도서·산간 지역이 많아 의료접근성이 매우 취약해 타지역과 수도권으로 원정 진료를 떠나야만 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토로했다. 또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이 전국 최고 수준이지만, 수도권과 의료격차가 날로 심화해 심각한 의료 문제에 직면한 점을 강조했다.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공공의료 강화와 인천대 공공의대 설립 범시민협의회는 지난 18일 성명서를 내고 “인천지역 필수진료와 의료 붕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대국민 공론화 기구를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인천 지역 의대 정원이 인구 1만명당 0.3명으로 서울 0.9명, 부산 1.0명보다 크게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의회는 “인천 여야 정치권과 시장은 국립 의과대학이 없는 인천에 우선으로 공공의대가 신설될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해야 한다”며 “전국의 의료취약지역, 공공보건의료단체 등과 연대해 강력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 동북부도 공공의대 설립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최춘식 의원은 지난 9월 12일 ‘대진대학교 의과대학 신설 및 의대 정원 배정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경기 포천시와 가평군을 지역구로 둔 최 의원은 “인구 100만명당 의과대학 정원수가 11명으로 전국 평균 59명에 크게 밑도는 경기도에 의대 정원을 우선 배정해야 한다”며 “특히 경기 남부에 비해 의료 인적 인프라가 열악한 경기 북부의 포천 대진대에 우선 신규 정원을 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