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각 대학이 의대 정원을 얼마나 늘릴 여력이 되는지, 희망 확대 범위를 조사하는 의대정원 수요조사는 이해상충에 따라 왜곡된 조사로 전락될 우려가 크다."
대한의사협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26일 보건복지부가 의대 증원을 골자로 하는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 이행을 위한 의사인력 확대 추진' 계획을 발표하자 이 같은 입장문을 냈다.
정부 계획안에 따르면 각 의대 증원 수요와 대학 교육 역량을 평가해 증원 여력이 있는 학교를 2025학년도 정원 배정에 우선 고려한다. 이를 위해 의학교육점검반'을 구성, 대학별 수요조사에 나선다.
그러나 의료계는 선진국에서는 필요한 의사인력이나 적정 입학정원에 대한 추계를 주관적 수요가 아닌,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협의하고 있다며 조사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의협은 "의대 정원에 대한 수요조사가 의과대학과 부속병원, 지자체, 지역 정치인 등 의대 정원 확대를 바라는 대상의 희망만으로 결과가 도출된다면 조사 객관성은 상실되고 과학적인 근거 분석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시스템 및 건강보험 재정, 의사 양성에 대한 정부 지원 계획, 각 의과대학의 인증된 교육 여건 및 능력 등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타당성과 현장 수용성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며 "의대 증원을 필수의료 대책 일환으로 추진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단체는 "깨진 항아리에 아무리 많은 물을 붓더라도 결국에는 모두 항아리 밖으로 새어 나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며 "필수의료 인력이 개인으로서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항아리 밖으로 이탈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구멍 난 필수의료 빈틈을 먼저 보수하고 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도 정부 정책에 우려를 표하며, 의료현안협의체뿐만 아니라 의대 입학 정원 조절을 위한 전문가 기구 설치를 요구했다.
의대협회는 "의대 입학정원은 20여 년간 동결돼 왔으나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적 수요를 감안해 필요한 경우 조정을 협의할 수 있다"면서 "다만 의사증원은 필수의료 붕괴나 지역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유일한 대책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수가정책, 법적보호 강화 등 근본적인 필수의료 제반 정책이 반드시 선행, 동반돼야 한다"며 "의대 입학증원은 필연적으로 교육현장의 과부화를 초래하고 이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가 예견된다. 이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40개 의대와 긴밀한 소통 하에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2020년 의정합의에 따라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결정하되, 향후 정기적으로 의사수급을 모니터링해 의대 입학정원 규모를 조절하는 전문가 기구가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