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준·임수민 기자]의대 입학정원이 50명 이하인 ‘미니 의대’의 증원 요구가 강한 가운데, 해당 의대들 역시 두 팔 벌려 정부 정책을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의대가 장기간 등록금 동결과 낮은 공공지원 비율에 고질적인 적자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정부의 재정적 지원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최근 본격적인 의대 정원 수요조사에 착수했다. 복지부는 지난 26일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 이행을 위한 의사인력 확대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각 의대의 증원 수요와 대학 교육역량을 평가해 증원 여력이 있는 학교를 2025학년도 정원 배정에 우선 고려한다고 밝혔다.
이에 맞춰 교육부는 지난 10월 27일 의과대학을 둔 전국 40개 대학에 공문을 보내 약 2주간 의대 입학정원 확대 관련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로선 의대 신설보다 국립대 의대 및 입학정원 50명 미만의 사립대 의대 중심의 증원이 유력하다. ‘미니 의대’들 역시 입학정원 확대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일례로 부산 동아대 의대는 현재 입학정원 49명에서 80~85명까지 증원을 희망하고 있다.
동아대 의대 관계자는 “지난 2020년 의대 증원이 언급됐을 때 의대 건물을 85명까지 수용할 수 있게끔 설계변경했다”며 “2개 학년이 실습을 나가도 학생이 100명밖에 안 됐기 때문에 의대 30여개 과에서 전혀 무리가 없던 상황이라 교수 충원도 필요없다”라고 밝혔다.
아주대, 울산대 등 몇몇 대학도 별도 교원과 시설 확충없이 즉시 증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교수당 학생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의대는 교원과 시설 확충을 계획하고 있다.
입학정원이 50명인 동국대 의대(경주)는 최소 30명, 최대 50명 증원을 희망하고 있다.
동국대 의대 관계자는 “학생 수가 늘어나도 강의실, 기숙사 등 시설은 충분하지만 교수진은 충원할 계획”이라며 “수업은 지금 의대 교수진으로도 크게 부담 없으나 학생 지도 및 연구 역량 강화 차원에서 추가 채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하대 의대 관계자는 “의대 정원을 49명에서 100명으로 확대하고자 한다”며 “시설이나 교수진은 학생이 늘어나면 당연히 확충할 테지만 구체적 계획은 학생 증원 수에 따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입학정원이 40명인 대구가톨릭대 의대 관계자는 “예전부터 증원에 대한 바람이 교내에 있었지만, 이제 막 교육부의 공문을 받은 터라 구체적 증원 규모를 논의해야 하는 단계”라며 “시설을 개선하지 않더라도 수업은 가능하나, 이전부터 증원이 이뤄지면 어떤 식으로든 시설 투자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정부, 대학 자체적인 투자 등 기반 증원 규모 산출 요구
정부는 의대 증원 수요조사를 통해 증원 과정에서 대학의 자체적인 투자 여부에 따라 증원 규모 최소치와 최대치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각 대학은 현 재직 교원과 시설 규모, 그리고 투자 예산 등을 고려한 증원 규모 산출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각에선 의대가 만년 적자 운영인데 추가 투자 여력이 있을지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다.
한 의대 관계자는 “오랫동안 등록금이 동결된 상태로 국내 의대가 등록금만으로 운영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실습비용도 많이 부족해서 발전기금 등 모금된 것을 끌어다 쓰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 2020년 발표한 ‘의사양성 비용 추계 및 공공지원 방안 연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19개 의대 의예과 학생 1인당 연간 교육비용은 평균 2530만원, 실습수업이 있는 의학과 학생은 1인당 평균 3995만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2019년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37개 의대 평균 1년 수업료는 930만원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건양대 의대 관계자는 “등록금이 10년 이상 동결된 상황”이라며 “우리는 전국 의대 중 등록금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교육 인프라 조성 등을 위해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도록 개선해주거나 다른 방향으로 정부가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 의대 관계자도 “국가적으로 중요한 정책이라면 의대생 증원에 대한 재정적 지원책도 당연히 함께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 외 다른 지원정책을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은 가운데, 각 대학은 정부 지원이 없다는 가정하에 자체적으로 증원할 수 있는 규모를 계획하고 있다.
건양대 의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부 지원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학교 역량에 맞게 증원 규모를 논의해 제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건양대 의대는 현재 정원이 49명으로, 증원을 희망하고 있지만 구체적 수치는 아직 논의 중인 단계다.
인하대 의대 관계자도 “정부 지원이 절실하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가 없다”며 “학교가 자체적으로 비용을 충당한다는 계획 아래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