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 교수 "매일 악몽, 도저히 못견뎌 사직"
서울아산병원 사직의 변(辯)…"한달만에 의료가 회복 불능으로 망가졌다"
2024.03.19 15:09 댓글쓰기



"매일 악몽을 꾸는 것만 같다. 불과 한 달 만에 이 땅의 의료가 회복 불능으로 망가져 버렸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불과 1달 전, 우리 팀이 전부 있었을 때에는 어떤 환자가 와도 무서울 것이 없었는데 이제는 환자를 보는 것이 무섭고 괴롭다.“


국내 최대 규모 병원 흉부외과에서 근무하던 한 교수가 지난 한 달간 벌어진 작금의 사태에 울분을 토하며 사직을 표명했다.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A 교수는 최근 '흉부외과 교수 사직의 변(辯)'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병원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A 교수는 "인턴‧전공의‧전임의 없이 수술하고 병동을 지켜온 지 이미 한 달, 몸보다 정신이 너무 힘들다"며 "전공의‧전임의 없이 혼자서 수술할 수 있는 환자는 이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폐암 환자들은 기약없이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불과 한달 사이에 바뀐 차이가 너무 커서 정신을 온전하게 가다듬지 못하겠다. 당직이 아닌 날도 불면증에 시달리며 새벽이 오기를 기다리는 제 모습이 스스로도 낯설어 무섭다"고 토로했다.


A 교수는 "이 상황을 도저히 못 견뎌 사직서를 낸다"고 표명했다.


"수술하기로 약속했던 환자들까지는 어떻게 해결하고 나서 병원 떠나겠다"

"정부 정책은 우리나라 의료를 영구히 망가뜨릴 것이다" 


그는 "수술하기로 약속했던 환자들까지는 어떻게 해결하고 난 후 이 자랑스러웠던 병원을 떠나겠다"며 "이 세상에 흉부외과 의사가 한 명 남는다면 그게 나일 것이라고 장담했는데, 이렇게 떠나게 될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고 허탈해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 증원을 비롯한 정부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A 교수는 "우리나라 흉부외과의 황금시기, 외국 어디를 가서 무엇을 봐도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끼던 시기는 이제 끝이 났음을 안다"며 "온 나라 의료체계를 바꾸는 것은 얼마나 신중해야 할까. 이처럼 졸속으로, 강압적으로 진행해서는 안 된다. 정책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그 정책으로 인해 한 나라 의료가 붕괴된다면 아마추어 정부, 돌팔이 정부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의 무자비한 정책으로 전공의들 모두 미래에 절망한 채 자발적 사직을 결정했다. 전공의들이 우리 미래였기에, 그들 모두가 떠난 지금 우리나라 의료 미래에는 절망밖에 남지 않았다"며 "원통하고 또 원통하다"고 말했다.


A 교수는 "제 가장 소중한 것, 제 인생 수십년에 걸쳐 쌓아온 의업(醫業), 제가 평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던 제 삶의 목적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정부 정책은 이 나라 의료를 영구히 망가뜨릴 것이다.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차피 우리나라 흉부외과 미래는 없다"고 봤다.


마지막으로 "떠나간 젊은 의사들이 살릴 수 있었던 수많은 국민이 고통 속에 죽어갈 때, 그 책임이 이 일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인간들에게 있었다는 것만은 우리 국민께서 오랫동안 기억해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아래는 A 교수 '사직의 변' 전문이다.


흉부외과 교수 사직의 변


매일 악몽을 꾸는 것만 같습니다. 불과 한 달 만에 이 땅의 의료가 회복불능으로 망가져 버렸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습니다. 불과 1달 전, 우리 팀이 전부 있었을 때에는 어떤 환자가 와도 무서울 것이 없었는데, 이제는 환자를 보는 것이 무섭고 괴롭습니다. 어떻게 치료하면 될지 손에 잡은 듯 알면서도 여건이 안 되어 그 환자를 치료하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의사를 초라하게 만드는지 절감하고 있습니다. 외래에서 환자에게 “나도 미치겠어요. 우리 팀만 다 있었으면 하루에 몇 명이라도 수술할 수 있다고요. 나도 정말 수술하고 싶어요.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도저히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요” 울컥 말을 내뱉고는 제가 더 놀랐습니다. 인턴·전공의·전임의 없이 수술하고 병동을 지켜온 지 이미 한 달, 원체 밤새 수술하는 사람이었으니 몸이 힘든 것이야 큰 문제가 아닙니다만, 정신이 너무 힘듭니다. 전공의·전임의가 사직한 후 제가 혼자서 수술할 수 있는 환자는 이전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급한 환자들을 우선적으로 수술하다 보면 나머지 환자는 그저 쌓여만 가고, 다른 곳에 보내려고 해도 ‘수술 공장’이냐고 핀잔 듣던 big 5 병원들의 그 많은 환자들이 다 어디를 어떻게 찾아갈 수 있을까 걱정만 할 뿐입니다. 작년에만 해도 ‘폐암 진단 후 1달 이내 수술하는 비율’을 따졌는데, 지금 폐암 환자들은 기약없이 수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불과 1달 사이에 바뀐 그 차이가 너무 커서 정신을 온전하게 가다듬지 못하겠고, 당직이 아닌 날도 불면증에 시달리며 새벽이 오기를 기다리는 제 모습이 스스로도 낯설어 무섭습니다.


이 상황을 도저히 못 견디어 사직서를 냅니다. 더 이상 새로운 환자-의사 관계를 만들지 않을 것이고, 제가 수술하기로 약속했던 환자들까지는 어떻게든 해결하고 난 후 저는 이 자랑스러웠던 병원을 떠날 것입니다. 저는 가장 행복한 흉부외과 의사였습니다. 학생·전공의일 때 좋은 교육을 받았고, 외과의사로 독립하였을 때에는 최고의 동료들의 도움으로 어떤 어려운 상황에도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외래 보는 동안 내내 환자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받다 보면, ‘내가 뭐라고 이렇게 쓰임을 받나.’ 분에 넘치는 선물에 몸 둘 바 모르는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만나는 전공의·학생 누구에게나 흉부외과는 정말 좋은 과라고, 나의 노력이 그대로 환자의 생명으로 연결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평생에 걸쳐 자부심과 감사함을 느끼는 인생을 산다고 적극 권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흉부외과 전공의·전임의가 있었던 병원에서, 같이 일하며 가르치고 배우는 큰 기쁨 속에서 진심으로 감사하였습니다. 정말 멋지고 값진 순간들이 많았는데…, 평생 하라고 해도 즐겁게 일할 것이었고, 이 세상에 흉부외과 의사가 한 명 남는다면 그게 나일 것이라고 장담하였는데…, 이렇게 떠나게 될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흉부외과의 황금 시기, 외국 어디를 가서 무엇을 봐도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끼던 시기는 이제 끝이 났음을 압니다. 정말 너무 슬프고 황당해서 요사이 계속 머리가 멍한 채로 방황하고 있습니다. 


환자 한 명의 병도 정확하게 진단하고, 수술 계획을 세우고, 환자가 이 수술을 견딜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판단하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온 나라의 의료체계를 바꾸는 것은 얼마나 더 신중해야 할까요? 이렇게 졸속으로 강압적으로 진행하여서는 안 됩니다. 정책의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그 정책으로 인하여 한 나라의 의료가 붕괴된다면 아마추어 정부, 돌팔이 정부일 뿐입니다. 정말 길가는 국민 한 분 한 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잘 못 했는지…, 우리나라 의료가 그렇게 망가져 있었는지…, 이런 파괴적인 의료 정책이 정말 필요한 상태였는지…?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의사를 가장 편하게 빨리 볼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입니다.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가장 어려운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나라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 모든 것이 전공의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였던 것인데, 이 정부의 무자비한 정책으로 그들 모두가 미래에 절망한 채 자발적인 사직을 결정하였습니다. 전공의들은 열악한 상황에서도 이 땅의 가장 어려운 환자들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고, 전문의가 되어 이 땅 의학의 맥을 이어갈 사람들입니다. 전공의들이 우리의 미래였기에, 그들 모두가 떠난 지금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에는 절망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 상황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원통하고 또 원통합니다.


현재 한국 의료에 문제점이 있다면 기득권 의사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정부는 헌신적으로 환자를 돌보며 사명감을 갖고 공부하는 전공의와 학생들만을 이리도 집요하게 괴롭히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 정책을 고집하기 전까지는, 전공의들은 열악한 조건에서도 최선을 다하여 배웠으며 많은 학생들이 필수의료에 헌신할 것을 다짐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전공의와 학생, 3만명이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에 절망하고 있습니다. 흉부외과에는 전국에 고작 100명의 전공의가 있을 뿐입니다. 매년 20명 남짓 나오는 겨우 한 줌의 전문의들, 그들 한 명 한 명이 우리나라 국민 만 명을 살릴 사람들입니다. 평생 그 업에 자신을 바치기로 결심한 젊은 의사들이 다 떠난 이 때에, 정부는 해결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여전히 위협과 명령으로만 그들을 대하고 있습니다. 환자 한 명의 죽음도 의사에게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지금 수천, 수만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아는 저로서는 도저히 이 상황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저들이 환자 한 명의 죽음이라도 직접 경험해 봤으면 절대로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나라 전체를 망하게 할 정책을 고집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제 가장 소중한 것, 제 인생 수십년에 걸쳐 쌓아온 의업, 제가 평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던 제 삶의 목적을 포기합니다. 이 정부의 정책은 이 나라 의료를 영구히 망가뜨릴 것입니다.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차피 우리나라 흉부외과의 미래는 없는 것입니다. 겨우 버텨오던 흉부외과는 남은 자들이 온 몸과 마음을 갈아 넣으며 얼마간 버티다가 결국 문드러져 버릴 것입니다. 이 땅의 가장 어려운 환자들을 포기하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을 무기력하게 지켜 보느니, 차라리 저는 의업을 떠납니다.


누가 이 나라 의료를 망하는 길로 몰아갑니까? 누가 우리 국민들을 위협하고 있습니까? 누가 1달 전까지만 해도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의 노력으로 환자를 살리던 젊은 의사들을 절망 속에 떠나가게 하였습니까? 그 떠나간 젊은 의사들이 살릴 수 있었던 수많은 국민이 고통 속에 죽어갈 때에, 그 책임이 이 일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인간들에게 있었다는 것만은 우리 국민들께서 오래동안 기억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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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 2000
  • 제발 03.20 08:40
    교수님 제발......

    교수님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환자들을 생각해서 답답하고 분한 마음을 내려 놓으시고 수술실을 지켜주세요
  • 2찍의사 03.20 06:54
    석열이 찍고 뒷통수 맞았네
  • 판단미스 03.20 06:49
    윤석열의 그간 행적과 탐사보도된 기사들을 살펴보면 뜬금없고 맥락없는 언행뒤에는 천공 같은 멘토들이나 잠적중인 김건희의 지침이나 오더가 있었음이 의심되는 사례가 많았음

    보복부 장차관 이들은 어차피 용산 오더대로만 움직이는 사람들이라 이 사안에서의 본인들 권한은 1도 없고 해줄수 있는 것도 없음

    사태발발후 대통령 지지율 변화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사안은  총선용으로 보이며 4.10 디데이까진 절대 끝나지 않음

    사태 초기에 차기 권력 한동훈이 증원 규모를 500명 내외 정도로 의-정 중재를 이끌어내며 존재감을 나타낼 것이란 약속대련 시나리오가 제기되었던 것도 이 사안은 정치적 목적이 뚜렷한 사안이기 때문

    의협과 의료계는 초기부터 타겟을 보복부 바지사장들이 아닌 차기권력 한동훈으로 정했어야 했음
  • ㅋㅋㅋ 03.19 23:52
    우당씨... 우리나라이기에 가능한 의료입니다. 이대로 가서 의료민영화되면 미국처럼 독감에 100만원 정도 병원비 나오십니다. 지금 보건소 가서 공짜로 진료 받으셨죠? 반대로 영국의료처럼 의료사회주의가 되면 독감으로 의사 만나려면 1-2주 걸립니다. 그 전에 다 낫지요.

    현재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많은 의사들의 헌신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공기는 있을때 중요한지 모르지만 없어지면 숨막혀 죽습니다.
  • 너무나 안타깝다 03.19 23:05
    교수님께 수술받기로 한 환자 보호자인데 눈물이 납니다ㅠㅠ
  • 어이가 없네 03.19 21:40
    아래 우당씨 당신 독감이야 죽을병 아니니 좀 기다리는 불편함만 참고 감수하면 되겠지만, (어짜피 택배도 물건없으면 기다렸다 배송받아야 함) 지금의 의료정책으로 필수과 무너지면 암, 심장질환 같은 중증 환자들은 손도 못쓰고 죽음을 기다려야하는 실정이다. 그 조그마한 불편함조차 감수 못하겠다고 중환들 보는 필수의료자체를 망가뜨려야 한다는 발상으로 흐르는게 과연 정상인 사고냐?
  • 우당 03.19 21:09
    지방병원에서 연봉 3억원에도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 시골이 아닌곳은 시골의사 연봉3억원 이상이라는 것이고, 부족한 의사 10년후라도 충원을 위해 의대생을 증가하는 것이 정상이 아닌가요? 영국은 의사도 수입하고 있고요.

    작년 8월에 경북 영양군에서 일하다가 독감이 걸려 오후1시에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오후 5시반에 오니 그때 다시 오랍니다. 공보의가 퇴근해서 그때 온다는 것이지요. 이비인후과는 1시간30분 거리인 안동으로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양군 전체에 의사가 공보의 한명뿐인 현실입니다
  • 현미숙 03.19 21:05
    전 제일로 예우좋다는 암환자입니다 그런데 지금은갈곳을 잃고있습니다 과연 정부는 이사태를 무조건전공이들잘못으로 돌려야하는지 묻고싶습니다 무엇이든지 단계가있어 점점나아가야한다고생각하네요 지금은 국민을바라보아야합니다 이정부가 점점실망스러워집니다 끝까지고수하는2천명 정원이
  • 가짜판새 03.19 19:13
    추측컨데 아마 대입제도 수시전형 없을 때 대원외고 수석하고 수능 500점 만점에 497점 받고 서울의대 수석입학  수석졸업하고 평생을 흉부외과 의사로 남겠다던 그분인 듯. 안타깝네요. 필수의료 말살이네요. 선거가 뭐길래
  • 밴드오브브라더스 6화 03.19 19:11
    밴드오브브라더스 6화를 보면 동료의 부상으로 PTSD를 겪는 군인의 모습이 나온다. 예전 레지던트1년차때 휴가에서 복귀하기 직전에 감당하기 벅찬 일들이 밀려들어오는 것에 대한 공포심이 앞섰던 기억이 난다. 필수의료과 의사들은 그렇게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벅찬 일들을 동료들을 보며 버텨낸다.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는 마음으로....

    지금 위 아산병원 교수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어느 누가 저분에게 손가락질을 할 수 있겠는가? 흉부외과 돌아봐서 알지만, 진짜 살신성인하는 의사상이다. 그런 그들에게 일을 함께할 후배레지던트 내지는 전임의가 없다면, 전쟁터에서 동료를 상실한 군인의 심정이나 매한가지일 것이다. 정신적으로 PTSD 당한 이나 매한가지일터인데, 이 인정머리 없고 공감능력 떨어지는 보건복지부 장차관놈들은 이제 시대가 바뀌었으니 역지사지해서 너네들이 한번 의사 대신 병원서 일해보면서 각종 컨설트등의 환자들의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봐라. 본인들이 의사가 아니라고 책임을 회피할 생각말고, 의사를 관장하는 보복부 수장이니 현장에서 너네들이 한국의 환자들 문제를 직접 해결해보란 말이다. 그러고서 정책을 짜봐라. 멍청한 것들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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