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카피약 처방확대와 제약산업 발전?'
2001.01.08 12:40 댓글쓰기
요즘 국내 제약사들은 해묵은 큰 짐을 덜었다. 그것도 자의적인 노력이라기 보다는 타의적 배려로 말이다. 다름 아닌 의료계가 카피약을 상용처방목록에 상당수 반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 특히 영세 제약업체들은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거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분업이 실질적으로 정착될 올해 들어서는 이같은 위기감이 더욱 팽배했다.

하지만 의협 차원은 물론 지역의사회별로 처방목록 작성에 들어간 현재 국내 제약사들은 한숨을 돌렸다. 의사들의 예상치 않은 애국주의가 발로, 제약사들의 희망을 반영한 것이다.

제약협회 차원서도 주요 대학병원에 국산 의약품의 처방 확대를 요청했다. 어찌보면 글로벌시대에 역행하는 처사지만 다급한 국내 제약사 현실을 반영하는 단적인 사례다.

일부 제약사는 이 기회를 틈타 다수의 자사 제품이 등재될 수 있도록 대대적인 활동에 나섰다. 각 지역의사회별 주요 임원명단 입수가 영업사원의 능력과 결부되는 양상도 목격되고 있다.

지역의사회 사무국에는 예전 일면식도 없던 영업사원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고 집행부 병의원은 주요 방문처로 격상됐다. 서울시의 한 의사는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요즘은 귀찮을 정도로 자주 찾는다"고 말하며 "읍소형으로 접근하는 사람도 있다"고 소개했다.

의약분업을 호기로 생각했던 외자 제약사들은 엉겹결에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그냥 앉아 있다가는 확보했던 파이가 줄어들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품질과 마케팅력을 떠나 의사들과 개인적 친분쌓기라는 새로운 과제들이 던져졌다. 결과적으로 국내 및 외자사간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야기될 수 있는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우려의 목소리도 커진다. 의료계가 열악한 국내 제약사 현실을 고려했지만 과거의 음성적 관행을 부채질해 건전한 제약산업발전을 해치지는 않을까 하는 측면이다.

한 개원의는 "국내 제약사들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업체들도 과감한 구조조정과 의식전환을 통해 과거의 관행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별로 아직 처방목록이 구체화되지 않았다. 의협의 방침이 현장에서 반영되는지 여부는 조만간 확인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의료계의 조치가 국내 제약사들의 독립적 발전을 촉매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제약사들의 긍정적 수용과 함께 의료계도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 이를 과감히 타파할 수 있는 후속조치 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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