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복지부 - 위험분담계약제(RSA) - '확대' 제약계
다국적제약기자모임, 비공개 토론회···“소모적 논쟁 접고 발전방향 모색”
2018.08.21 06:1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정부 정책 실무자와 다국적제약사 관계자가 약가 협상이 아닌 ‘신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 향상’이라는 공동 목표를 두고 서로의 입장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다국적제약사출입기자모임은 최근 서울 소공동 패럼홀에서 약가제도에 대한 정부와 제약계 간 이해 폭을 좁힌다는 취지의 비공개 토론회인 ‘약가, 까놓고 얘기합시다’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등재부 등 정부 관계자와 다국적 제약사 Market Access 담당자 등 제약계 관계자 등 약 150여 명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선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곽명섭 과장과 송영진 사무관, 심평원 김국희 치료재료등재부장(전 약제등재부장)이, 제약계에선 한국얀센 임경화 상무, 세엘진코리아 여동호 부장이 패널로 자리했다.


RSA 엇갈린 평가···정부-제약사-시민단체 "서로 이해하면서 논의”


이번 토론회에서는 기존 약가 제도 중 위험분담계약제(RSA) 확대 계획에 관심이 집중됐다. 

보건복지부 곽명섭 과장은 RSA의 대상 확대 요구와 관련해서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곽 과장은 “현재도 항암제나 희귀질환 이외에도 예외 근거 규정이 있다.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대부분 항암제나 희귀, 난치 치료제가 대상”이라며 “관련 규정이 없는 국가도 있지만 실제 운영 형태를 살펴보면 국내와 다른 국가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RSA 기준이 대체 약제가 없는 치료제이다 보니 한 치료군에서 특정 제품이 RSA 급여권에 먼저 들어왔을 때 동일 치료군에서 다른 제품은 RSA 급여를 받지 못해 사실상 먼저 들어온 약이 독점 시장을 갖게 되는 구조의 불합리성 인정했다.
 

곽 과장은 “치료제 독점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으며 관련 안 개편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위험분담계약제와 경제성 평가 면제제도가 환자 접근성 향상에 기여하는 정책적 효과를 거둔 만큼 항암제나 희귀질환 이외의 약제까지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여동호 부장은 “RSA에 대해서는 여전히 뚜렷한 답을 찾고 있긴 하나 긍정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환자 접근성이 확대되고, 재정적인 부분도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여 부장은 “나름 성과가 괜찮기 때문에 좀 더 확대하면 어떨까라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라며 “이를 전반적인 사회적 입장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 송영진 사무관은 “사회적 요구가 과연 사회 전체의 목소리인지, 아니면 약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과 연관된 업계만의 요구인지 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개인적으로 환자들은 약을 써야하는 입장이므로 이왕이면 낮은 가격에서 더 좋은 약을 쓰는 것을 원하고, 제약사 또한 환자들에게 약을 공급해야 하니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외의 일반 국민들, 세금을 내고 관련 혜택을 받지 않는 일반적인 국민들 입장에서는 과연 어떻게 생각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송 사무관은 “사회적 분위기가 비싼 가격, 혹은 이중가격제도를 통해서라도 좋은 약을 공급받고 싶어한다면 당연히 확대하는 것이 맞다”면서 “그러나 현재까지는 이러한 제도 등에 대해 일반적인 국민들의 생각을 물어본 적이 없다. 정부는 이러한 의견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속도 측면에서 더딜 수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임경화 상무는 “RSA도 제약사가 원해서 하는 제도라고 말하지만, 실제 이 방법밖에 없으므로 RSA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특히 우리나라는 해외 신약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급여 검토 기간이 길어지면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에게 문제가 되기 때문에 RSA가 도입됐고, 최선책을 못 찾으면 차안을 찾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전향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상무는 “정부는 고민만 하고, 시민단체는 반발만 하고, 제약사에서는 우리 약만 해주세요라고 고집을 부릴 것이 아니라 같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해야 한다”면서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는 방향에서 풀어가야 결론을 낼 수 있다”고 당부했다.


공방 거듭된 국내 약가수준 “더 이상 논쟁하지 말자”


이번 토론회에선 그간 우리나라 약가 수준을 두고 낙인처럼 따라다니던 ‘OECD 45%’라는 지표에 대한 의미 있는 결론이 도출됐다. 해외 가격 대비 우리나라 약가 수준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에서는 앞서 두 차례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신약 등재가격이 OECD 평균 45%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 측은 물론 제약계 패널들도 OECD 평균 45%라는 수치가 정확하지 않다는데 공감했다. ‘모른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여동호 부장은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표시가격이 존재하지만, 어느 누구도 표시가격을 비교하지 않는다”면서 “왜냐하면 각 국가별로 매우 다양한 기전으로 표시가격을 협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임경화 상무 역시 “우리나라는 가격이 하나 밖에 없어 매우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반면, 외국은 환급형이나 리베이트 등 종류가 많기 때문에 실제 가격이 낮을 것이라고 예상은 가능하지만 실가격을 정확하게 공개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 회사 직원도 모를 수밖에 없는 것이 실제 가격인데, 그 자료를 가지고 약가를 비교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송영진 사무관은 “OECD 45% 약가 얘기가 더 이상 안 나왔으면 좋겠다”며 “약가 수준을 도출하는 방법이 다양하고,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 수준이 달라질 수 있는데, 방법적인 부분은 무시하고 단순히 결과적으로 ‘한국 약가 OCED 45%’만 이야기하면 통상 관련해서 정부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곽명섭 과장 또한 “내부에서 심평원 자료 등 여러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OECD 45% 약가 수준은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며 “우리의 결론은 ‘모른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기 계신 분들도 약가와 관련해서는 본사에서 전략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실제 약가에 대해 모른다고 하셨고, 다른 국가들이 약가를 발표하면서 ‘우리 약가가 당신네 약가의 몇 %다’라고 언급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면서 “그렇다면 우리도 소모적인 논쟁은 그만하고, 현 과정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비록 OECD 45%로 통용되던 우리나라의 약가 수준이 ‘알 수 없다’로 수정됐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리스트 가격이 낮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이에 정부와 업계는 또 다른 결론, ‘실리를 찾자’는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먼저 임경화 상무는 “외국에서 우리나라의 리스트 가격을 기준으로 약가를 비교하는데, 문제는 이 가격이 상대적으로 너무 낮다는 것”이라며 “재정을 늘리지 않으면서 어떻게든 리스트 가격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어 “정부에 우리의 실리를 찾을 수 있는 방안으로 정책을 입안해주시고, 만일 설득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으면 함께 설득하자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송영진 사무관은 “환자들에게 좋은 약을 제공해야 하는데, 그 안에서 실리를 찾는 방법을 함께 모색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았으면 한다”고 답했다.


곽명섭 과장 역시 “정부 고민도 동일하다”며 “등재기간 부분, 약가 수준에 대한 부분에서는 논쟁이 아니라 건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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