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조약 1심 이긴 식약처·종근당 고민···대웅, 반격 모색
고법, 종근당 제기 행심委 재결처분 소송 각하···3자간 논란 지속될 듯
2018.04.11 05:32 댓글쓰기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의 대조약 선정을 두고 벌어진 행정소송이 항소심에서 각하됐다.

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는 최근 종근당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이하 행심위)의 재결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행정소송에 대해 1심 판결을 취소,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 본안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것이다. 본안을 판단한 후 기각 결정을 내리는 것과는 다르다.

재판부의 각하 판단은 "식약처가 종근당글리아티린을 이미 대조약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재결처분을 다투는 것은 협의의 이익이 없다"고 주장한 행심위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협의의 이익'은 취소소송에서 원고가 이겼을 때 현실적으로 권리구제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으로, 소익이 없다면 해당 소송은 요건 미비로 각하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항소심에서 각하돼 자동적으로 1심 판결이 취소됐다"며 "대조약이 이익을 주는 제도가 아니라는 종근당의 주장이 인정됐다가 취소됐기 때문에 그 쪽은 아쉽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각하 판결로 대조약을 둔 대웅제약과 종근당, 식약처의 갈등이 앞으로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종근당은 자신들이 대조약 지위를 가진 만큼 소익이 없다고 각하한 부분에 방점을 둘 것이다. 반면 대웅은 1심 판결이 취소된 부분에 무게를 둬 지리한 논쟁을 이어나가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이번 소송의 시작은 대조약 지위가 변경되는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웅제약은 지난 2000년부터 이탈리아 제약사인 이탈파마코로부터 글리아티린 원료를 공급받아 국내에서 완제의약품을 생산, 판매해왔다. 

그러다가 2016년 1월 두 회사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글리아티린 원료의약품 사용권한과 상표권이 종근당에게 넘어갔다. 이후 종근당은 이탈파마코로부터 원료를 공급받아 '종근당글리아티린'을 만들어 판매했다.

대웅제약은 계열사인 대웅바이오를 통해 글리아타민을 출시했다. 하지만 대웅제약의 글리아티린은 같은 해 3월 해당 상표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허가도 취소됐다.

대조약이던 글리아티린의 허가가 취소되자 제약사들이 제네릭 개발을 위한 새 대조약 지정을 식약처에 요청했다.

식약처는 2016년 5월 글리아티린을 대조약 목록에서 지우고, 종근당글리아티린을 새 대조약으로 변경한 ‘의약품동등성시험 대조약 선정 공고’를 발표했다.
 

대웅제약은 행심위에 식약처의 대조약 변경이 타당하지 않다며 ‘의약품 동등성시험 대조약 변경공고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웅제약은 대조약 변경은 자사의 이익에 피해를 주는 행정행위인데도, 대조약 선정 공고 과정에서 의견청취 절차를 생략해 행정절차법에 위배되며, 대조약 선정기준에 위배되는 약을 지정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에 식약처는 "대조약 선정은 기업에 이익을 주는 제도가 아니다"라며 "종근당은 이탈파마코와 기술이전계약을 통해 약을 생산, 판매하므로 대조약 선정 기준인 ‘원개발사의 품목’이라는 요건도 충족했다"고 반박했다.

팽팽한 양측 주장에 대해 행심위는 '대웅제약'의 손을 들어줬다. 대조약 선정은 기업에 이익을 주는 제도로, 대조약 삭제는 '처분'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행심위는 "대조약은 한 개 품목만 선정되고 대조약으로 선정된 의약품은 향후 그 약을 개발하는 모든 제약사의 동등성시험에 있어 기준이 되는 의약품이라는 지위를 갖게 된다"고 판단했다.

대조약 삭제 및 변경 과정에서 대웅제약에 사전통지를 했거나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공고는 행정절차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판단에 불복한 종근당은 서울행정법원에 행심위의 재결처분을 취소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식약처는 국가기관이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할 수 없어 동일한 입장을 가진 종근당이 행정소송을 통해 행정심판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대조약이 구체적인 법률적인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결, 1심에서는 식약처와 종근당이 승소했다. 

하지만 행심위가 항소한 이번 소송이 각하되면서, 또 다시 사건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종근당의 종근당글리아티린과 대웅제약 그리고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을 둔 대조약 논란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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