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환율…강달러 희비 '제약·바이오'
환율 1500원대 목전…원료 수입 '부담' 가중 속 일부 회사는 '수혜'
2024.12.29 09:14 댓글쓰기



윤석열 대통령의 헌정사상 유례없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환율이 치솟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장중 1470원을 돌파했고, 내년에는 1500원대까지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제약·바이오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직접적 여파는 없지만 원료의약품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내년 1분기부터 실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수출 중심인 바이오 기업들의 경우 강달러로 인한 수혜가 예상되는 등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편집자주]


[문수연·최진호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제약사들의 원료의약품 자급도(국내 생산 제품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는 25.4%다. 원료의약품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2020년 36.5%, 2021년 24.4%, 2022년 11.9%, 2023년 25.4%를 기록했다. 하지만 문제는 국내 사용 74.6%가 수입 원료의약품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료의약품 수입 비중 큰 제약사, 강달러 장기화될 경우 타격↑"


원화 가치 하락은 통상 제품 원가 상승 압박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의약품 핵심 원자재인 원료의약품의 수입 의존도가 높음에도 의약품 특성상 제품 가격 인상이 어려워 제약사 손실로 직결된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환율이 장기적으로 1500원까지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고환율이 장기화하면서 실제 상반기 실적 타격이 예상된다.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A제약사 관계자는 "계엄 전 확보된 원료들도 있고 피부로 와닿게 피해가 느껴지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며 "다만 수입 원료 의존도가 큰 제약사들은 글로벌 수급불안과 더불어 내년 상반기 중 이익률 감소 등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B제약사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산업만 영향을 받는 상황은 아닌 거 같다"면서도 "문제는 수급불안이 가중되면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것 등에 대해서 대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C제약사 관계자는 "미국에서 원료의약품을 들여오는 곳은 일차적으로 영향이 있을 것이고, 중국·인도 등의 경우에도 달러로 결제를 하기 때문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원료가 어느 정도 확보된 경우에는 즉각적인 피해는 없겠지만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약가가 고정된 전문의약품은 원재료비 상승에도 즉각 약가를 조정하기 어려워 피해가 고스란히 회사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차선책으로 일반의약품, 건기식 등 가격을 올리는 것을 회사 차원서 고려해 볼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실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생활 물가가 전방위로 높아졌는데, 국내 제약사들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 유명 일반의약품 가격을 대폭 인상한 바 있다.


물론 상위제약사 일부는 해외 원료의약품 의존도가 30% 정도 수준이어서 대응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제약사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이익을 볼 수도 있다. 


동아에스티 계열사이자 원료의약품 사업회사 에스티팜의 경우 매출 90% 가까이 수출로 이뤄지고 있다. 이미 과거에도 환율이 급등하던 기간 에스티팜은 수익률이 크게 오른 바 있다.


국내 기업 중 지난해 기준 매출액 대비 10% 이상을 수출로 벌어들이고 있는 곳은 휴젤(55%), 파마리서치(36%), 동아에스티(21%), 녹십자(17%), 한미약품(13%), 유한양행(11%), 대웅제약(11%) 등이 있다.




수출 중심 바이오기업 수혜 전망…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수출 비중 90% 넘어


대체적으로 원료의약품 부담이 큰 전통 제약사와 달리 수출 중심인 바이오 기업들은 수혜가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등이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수출 비중이 97%에 달한다. 지난해 미국 수출액은 9711억 원, 유럽 수출액은 2조3538억 원을 기록했다.


또, 위탁개발생산(CDMO)의 경우 통상 원·부재료 비용을 고객사로부터 환급받는 구조여서 환율 변동에 따른 재료비 부담이 크지 않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분기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이 1129억원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밝히기도 했다.


수출 비중이 90%를 넘는 셀트리온도 역시 달러 강세 전망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달러 강세 전망은 수출 기반으로 실적을 형성하고 있는 셀트리온에게도 일정 기간 긍정적 사업 여건을 만들어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 17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셀트리온은 매출액이 거의 달러와 유로로 결제되기 때문에 환율 압박을 받지 않으며, 우린 미국에서 CDMO를 공급하기 때문에 관세 제약이 안 생길 것이고 혹여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은 선조치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고환율에 대한 입장은 업체마다 다를 것 같다. 원료의약품 수입을 많이 하는 업체는 그만큼 비용을 많이 지불해야 하고, 수출을 주로 하는 업체는 신규 계약 시 상대적으로 수출 경쟁력은 떨어지겠지만 성사됐을 경우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환율 변동 폭이 작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변동 폭이 큰 상황이고 크게는 10%대까지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다만, 강달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업체들은 수입 등 전략 수립에 있어 타이밍을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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