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제약이 삼진제약의 최대주주가 됐다. 삼진제약이 가진 우호 지분 등을 고려하면 하나제약이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위협할 정도의 지분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동종업계 지분을 일부 보유하는 업체는 있어도 최대주주에 오를 정도로 많은 지분을 단순 투자 목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드물기 때문이다.
삼진제약은 지난 27일 최대주주가 조의환 회장 외 3인에서 하나제약 외 3인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하나제약 외 3인은 27일 시간외 매매로 5만주를 추가 매입, 총 지분율이 13.09%가 됐다.
최대주주였던 삼진제약 조의환 회장 외 3인의 총 지분율 12.85%를 0.24%p 앞서게 되면서 최대주주가 바뀌게 된 셈이다.
하나제약이 삼진제약 주식을 처음 보유한 것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당시만 해도 배당금 등을 목적으로 한 단순 투자로 여겨졌다.
지난해 말 하나제약이 보유한 삼진제약 지분은 6.52% 수준이었다. 단순 투자 목적으로 한 투자치고는 높은 지분율이었음에도 경영권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올 초부터 하나제약의 삼진제약 주식 매수가 본격화됐다. 하나제약외 3인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15차례에 걸쳐 주식을 매입, 지분을 13.09%까지 늘리면서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그동안 주식 매입에서도 밝혔듯이 하나제약은 최대주주 등극 이후에도 "이번 주식 매입 역시 단순 투자"라고 목적을 밝혔다.
경영 참여·백기사·M&A 등 업계 예측 다양
하나제약의 공식적인 입장 발표에도 업계에서는 삼진제약 지분 확보에 어떤 의미가 숨어있지 않을까 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제약업계에서도 형제나 동업자, 적재적 M&A에 의해 경영권을 놓고 지분 대결을 하는 사례가 과거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삼진제약은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이 공동창업한 회사다. 지분율을 보면 조의환 회장 외 3인은 12.85%, 최승주 회장 외 12인은 9.90%다.
이들 지분만 합해도 하나제약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훌쩍 뛰어넘기 때문에 하나제약 단독으로 경영권을 넘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다른 예상도 내놓고 있다.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 사이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다.
현재까지 표면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동업자 간 경영권 분쟁은 언제라도 생길 여지가 있는 만큼 하나제약이 한 쪽의 백기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M&A다. 하나제약은 마약류나 마취제 등의 품목에 특화된 업체이지만 삼진제약은 다양한 질환의 품목군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 품목이 많이 겹치지 않기 때문에 합병 시너지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하나제약은 "이번 지분 확보는 단순 투자 목적이며, 경영권 참여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향후 하나제약의 이 같은 기조가 계속 유지될지 추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