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필수의료 소생을 위한 해법이 여러 갈래로 나뉘며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30년 간 지역에서 거점병원을 운영해온 의료계 인사가 의사 정원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데일리메디가 한마음국제의료재단 창원한마음병원 하충식 이사장(대한산부인과학회 부이사장)의 소신과 그 배경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의사 증원이 필요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증원이 아니라 지금까지 잘못된 정원을 복원해야 합니다.”
하충식 이사장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을 계기로 줄어든 인원에 주목하며 “정원을 확대하는 게 아니라 복원하는 게 맞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정부가 의사단체와 약사단체를 달래기 위해 의대 정원을 3300명에서 3051명으로 줄였고, 약대는 2년 간 약사를 배출하지 않았다”며 “3300명으로 증원 시에는 어떤 근거로 늘렸고, 3051명으로 감원시 어떤 근거로 줄였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2000년부터 현재까지 배출되지 못한 의사 수가 6000여명이고, 향후 증원이 된다 해도 인력 양성에 15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당장 부족한 인원은 1만 여명”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당장 부족한 인원 1만명을 늘리는 것은 복원 개념이기 때문에 이보다 추가 증원 시 대한의사협회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논리다.
그는 “당장 의대 정원을 늘린다 해도 15년이 걸리기 때문에 구인난이 심한 일부 과는 학회와 협의해 정원을 늘려 인력을 배출하고 장기적으로 인력공급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이사장이 이 같이 주장하는 이유가 있다. 지난 30여년간 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해온 결과, 지방에 의사가 너무 없고, 봉급의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개원의만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라는 표현까지 꺼낸 이유다. 하충식 이사장은 지난 경험을 토대로 지방 거점병원·중소병원 등 현장의 의사부족 실태를 전했다.
"의약분업 후 미배출 의사 6000명 복원"
"의대 정원 늘려도 15년 필요, 의사인력 부족 심각"
"개원의만 위한 나라 아니고 지방병원에는 月 4~5천만원도 안온다"
"빅5 등 대형병원, 문어발 확장 대신 지역병원과 연계한 상생 절실"
지방병원 봉직의 임금은 치솟고 있지만 인력을 구할 수 없고, 지방 의료기관이 늘고 있으나 매년 같은 수의 의사가 배출되다 보니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 이사장은 “현재는 정형외과, 신경외과, 영상의학과, 안과 등 일부 과에서 월 4000~5000만원을 제시해도 의사를 구할 수가 없고 지방의료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어 “더구나 전문과목 또한 세부 과목이 신설되면서 의료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정년으로 많은 의사들이 일선에서 물러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창원을 포함해 의료진이 부족한 지방 병원의 현실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지금의 ‘쏠림’ 현상과 빅5병원의 행보에 대해 쓴소리를 내놨다.
그는 “지방이 죽으면 서울도 질식사한다. 세계적 대학병원들은 병실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교육과 연구에 힘을 쏟는다" “지방 전문병원도 불가능한 질환수술을 위해 빅5 병원에 몰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로봇수술도 보험재정 적자의 주범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고가 장비일 뿐 아니라 대당 연간 유지보수료, 재료대, 감가상각비로 10억 이상 비용을 외국 회사에 지불되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빅5 병원은 재벌처럼 문어발식으로 확장하지 말고 교육과 연구에 힘쓰고 지역 거점병원과 연계해 상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창원시에 의대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그는 공공·민간 분야를 가리지 않고 우수한 인재 양성 길을 확보하고자 한다. 공공의대만이 아니라 의대를 늘리는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하 이사장은 “인재들을 다수 양성해 진료 뿐 아니라 기초 분야 연구와 의사과학자 양성, 신의료기술 수출, 의료관광을 통해 국부를 창출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