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면허취소법으로 의료계가 들끓는 가운데 국내 의료분쟁 형사 처벌 경향이 해외와 비교해 지나치게 높아 회피 치료와 방어 진료를 유발한다는 논문이 발표돼 주목된다
변화된 의료분쟁 환경을 염두해도 한국 의사들은 안전한 의료 환경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일본, 영국, 독일 등 외국에 비해 형사 처벌 경향이 높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최근 이태희 순천향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대한내과학회지에 '국내 의료분쟁 해결의 단초: 공정한 의료감정' 논문을 발표했다.
의사면허취소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의료인에 대해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
실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의료사고 분쟁 건수는 2012년 385건에서 해마다 증가해 2019년 2,647건으로 지난 8년 동안 약 7배 증가했다.
2014년 이후 판결이 선고된 사건을 보면 원고 전부 승소 사건은 2%, 원고 일부 승소 사건은 50% , 원고 전부 패소 사건은 47% 내외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독일의 경우는 의료인 형사 재판 및 형사 책임은 검찰 기소 단계에서 조건부 기소유예 등을 통해 의료행위의 형벌화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더 낮은 처벌 비율을 보인다. 의료사고 중 2~14%만 배상 청구로 이어지고, 청구된 사건 중 의미 없는 사건이 75%에 달한다.
"의료사고 위험 높은 진료과 지원 기피 현상 등 초래"
논문 핵심은 진료여건 악화도 압축된다. 진료와 관련한 형사처벌 증가로 회피 치료와 방어적 치료, 의료비 증가, 의료사고 위험이 높은 전문과 지원 기피 현상 등 여러 문제를 유발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의학적 감정이 법적 판단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을 고려해 의료사고에 대해 '공정', '객관', 일관성'을 유지한 의학 감정을 진행할 의사 양성이 의료계 주도로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지난 2018년 수원지방법원이 8세 환자가 횡경막 탈장으로 사망한 사건에서 진단 실패로 치료 시기를 놓쳤다고 판단해 업무상 과실치사로 진료 의사 3명에 대해 금고 1년 이상 실형을 선고했다.
선고 직후 대한의사협회에서 7만9022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대상자의 75.3%가 "매우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외에도 ‘판결을 계기로 적극적 의료행위가 위축됐나?’는 질문에 대해 74.3%가 ‘매우 그렇다’는 의견을 보였고, ‘이상 소견을 보이면 상급병원으로 전원하고 싶은 경향이 강해졌는가'도 87.9%가 ‘매우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태희 교수는 "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 및 응급 상황 또는 필수의료 영역에 대해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세태는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며 "의료인 대상 형사 처벌 등의 징벌적 조치는 오히려 환자에게 유해한 법제도"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