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일약품·보령 '오너 3세' 경영 결과물 촉각
신약개발·구조조정 vs 연구개발·신약성과 vs 우주사업·글로벌 등 주목
2023.07.12 05:55 댓글쓰기



국내 제약업계가 젊은 대표들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변화가 감지된다.


제약업계가 제네릭만 올인하던 구태의연한 시대는 지났다. 불가능으로만 여겨지던 신약 연구개발부터 우주사업까지 제약사들 사이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최근엔 일동제약, 제일약품, 보령 3개 제약사 오너 3세들 행보가 눈에 띈다. 올해 상반기가 지나면서 세 회사 오너 3세들은 색깔이 분명해 보이는 경영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모두 제약바이오 사업의 미래를 예측하고 또 다른 먹거리 확보를 위해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점은 공통점이지만 그 방식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선택과 집중’ 일동제약


일동제약(오너 3세 윤웅섭 부회장)은 올해 중반을 넘어가면서 구조조정 등을 통해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일동제약그룹은 지난 5월 23일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이 임원 축소 및 간부급 대상 희망퇴직(ERP) 시행 등 강도 높은 경영쇄신 작업을 공식화했다.


이를 위해 연구비용 효율화 및 파이프라인 조기 라이선스 아웃(L/O) 추진, 품목 구조조정, 임직원 ERP 등의 쇄신안을 일동제약그룹 내부 구성원들에게 공표했다. 


이번 경영 쇄신은 단순 구조조정과는 사뭇 다르다. 일동제약이 그동안 연구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써온 만큼 확실해진 사업에 대한 집중을 선언하는 듯한 모습이다. 


실제로 일동제약은 올해 1분기 매출액 1460억원, 영업적자 148억원을 기록해 부진했다. 매출도 감소했고 영업적자 폭도 확대됐다. 하지만 매출대비 R&D 비용은 오히려 17% →19%로 늘었다.


일동제약은 금리 상승 등 급변하는 금융시장 환경에 대비하고 특히 사업구조 재정비를 통해 이익을 실현하고 연구개발 영역 조기 성과 창출을 목적으로 밝힌 상태다.


이에 일동제약 임원 20% 이상을 감원하고, 남은 임원들도 급여 20%를 반납하기로 합의했다. 차장 이상 간부급 직원들을 대상으로는 희망퇴직을 받았다.


특히 오너 3세인 윤웅섭 부회장은 수년간 과감한 R&D 투자를 통해 상당수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만큼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포석이다. 효율적인 비용 집행으로 성과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회사 관계자는 “인원 감축보다 사업구조를 재정비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며 “그 동안 투자를 해온 만큼 이익 실현과 연구개발(R&D) 분야 성과 창출에 집중하고 기술이전 등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일동제약은 회사 기업이념과 비전으로 ‘새로운 솔루션을 위한 혁신적인 R&D 실현’, ‘미 충족 수요 해결을 위한 혁신신약 개발’, ‘글로벌 제약사 도약’ 등을 강조하고 있다.


목표는 매출 1조원, 순이익 1000억원이다. 때문에 선도적인 역량 강화 차원에서 직원들의 전문성 함양과 제품 품질, 속도 등 확보에 여느 때보다 힘을 쏟고 있다.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는 올해 주총에서 “새로운 성장동력 없이는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 신약 개발 투자 지속과 함께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신약 개발 의지를 재확인했다.


R&D 확대 이후 창사 첫 ‘신약 효과’ 제일약품


제일약품(오너 3세 한상철 사장)이 몇 년째 이어지는 영업적자 상황에서도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제일약품은 지난해 매출액 7222억원, 영업적자 135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사업연도 대비 매출이 소폭 늘었지만 영업적자는 30억 더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연구개발비가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제일약품은 연구개발비로 490억원을 썼다. 2021년에 썼던 390억원과 비교해 무려 100억원 가량 늘었다. 


제일약품은 R&D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20년 243억원, 2021년 390억원, 2022년 490억원을 기록했다. 


R&D 인력도 2020년(95명), 2021년(107명), 2022년(112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제일약품은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를 통해 개발 중인 역류성식도염치료제 ‘자스타프라잔(Zastaprazan)’ 임상 3상 결과에 따라 급반전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자스타프라잔을 중국 상장 제약사 리브존파마슈티컬그룹에 개발 및 상업화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1억 2750만달러(한화 약 1600억원)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여기에 온코닉테라퓨틱스는 미국 암연구학회(AACR)에서 차세대 이중 저해 표적항암제 신약 후보물질인 ‘네수파립’을 발표했다. 항암 신약 네수파립은 현재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엔 췌장암 적응증 임상 1상을 추가했다.


제일약품 측은 “지속적인 파이프라인 확보와 신약 개발을 위해 매년 많은 비용을 R&D에 투자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R&D 투자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연구개발 성과로 1분기 실적도 반등했다. 제일약품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911억원, 영업이익 16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6.2%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결국 제일약품이 영업적자 확대에도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왔던 것들이 한상철 사장 의지로 최근 빛을 발하고 있는 모습이다. 창사 이래 처음 신약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상철 제일약품 사장은 2021년 주총에서 “100년 기업의 기틀을 다지면서 미래를 준비할 것”이라며 “글로벌에서 통하는 혁신신약 허가 및 출시를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천명했다.


‘우주로 나가는’ 보령


보령(오너 3세 김정균 사장)은 지난해 창업 65년 만에 사명을 ‘보령제약 주식회사’에서 ‘주식회사 보령’으로 바꿨다. 


회사명에서 ‘제약’을 지웠다. 올해는 오너 3세 김정균 대표와 장두현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보령은 미래 먹거리로 우주분야헬스케어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보령은 사명 변경에 대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더 많은 성장과 투자 기회를 제약바이오 뿐만 아니라 글로벌시장과 헬스케어 산업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지난해 보령이 해외 우주개발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프로젝트를 열고 세계 최초 상업용 민간 우주정거장 건설에 나선 ‘엑시옴스페이스’에 6000만달러(한화 약 800억원)를 투자한 이유다.


보령이 추진 중인 CIS(Care In Space)는 인류가 달에 장기체류 할 때 및 인류가 처음으로 화성에 도달할 때, 화성에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 그리고 기술들의 연구·개발에 필요한 인프라를 확보하는 사업이다.


김정균 보령 대표는 지난해 제1회 ‘CIS 챌린지’를 개최하고 회사 홈페이지 CEO 서한에서 “CIS 챌린지를 통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들을 탐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오너 3세인 김정균 대표와 관련해서는 정통 제약사가 이례적으로 우주사업에 손을 뻗게 된 것을 두고 제 2의 일론머스크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제약업계에서는 김 대표 행보에 대해 그 동안 보기 어려웠던 이례적인 사례라는 점 등을 근거로 오너 3세 시대 서막을 올리는 신호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정균 보령 대표는 “달에서 장기체류를 하게 됐을 때 ‘속이 쓰릴 때 겔포스를 먹으면 속쓰림이 나아질까요?’라는 질문에 답 하는 것이 우리 사업”이라며 “인류 건강에 필요한 기업 목적 달성을 위해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령의 본업인 제약업과 너무 다른 우주에 투자해 기업을 망치는 게 아니냐고 한다”라며 “언제 이익이 날지, 규모가 얼마나 될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믿고 기다려주면 만들어내겠다”고 우주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