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 중견기업 주식담보대출액(이하 주담대)이 1조 5000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상장 중견기업 오너일가 주담대 상위 제약사 중 제약사 오너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기업연구소 CEO스코어 ‘상장 중견기업 오너일가 주식담보대출 현황’ 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견제약사 중 이연제약과 동구바이오제약이 가장 많은 주식담보대출액(주담대)을 기록했다. 광동제약(대표 최성원) 등은 그 뒤를 잇는다.
중견제약사 오너 중 가장 많은 주담대를 실행한 곳은 이연제약(대표 유용환, 사진 왼쪽)으로 오너 2세 유용환 대표는 보유 주식 266만 84주를 담보로 257억원을 대출받았다. 전체 보유주식 527만주 대비 50.4%로 거의 절반이다.
이는 상장 중견기업 오너일가 상위 20명 중에서는 13위 수준으로 오너 주담대가 1분기 매출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연제약은 올해 1분기 매출 370억원, 영업이익 23억원을 기록했다.
이연제약 오너 2세인 유용환 대표는 현재 회사 지분 29.3%를 보유하고 있으며 고(故) 유성락 회장 부인인 정순옥 회장과 각자대표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동구바이오제약(대표 조용준, 사진 오른쪽) 오너 2세 조용준 대표도 주식 481만 700주를 담보로 220억원을 대출받아 중견제약사 중에서는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을 빌렸다. 담보 비율은 조 대표 보유 주식 805만주 대비 59.8%로 이연제약 유용환 대표보다 높은 수준이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창업주인 고(故) 조동섭 회장이 지난 1997년 별세 후 경영에 나선 그의 부인 이경옥 회장이 이끌어 왔다. 조용준 대표는 2005년 경영권을 물려 받아 회사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조용준 대표는 동구바이오제약 대표이면서 현재 한국제약협동조합장을 맡고 있다. 여기에 의약품 공동물류 피코이노베이션 최대 출자 등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동구바이오제약은 벤처캐피탈 투자 자회사 로프티록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바이오텍, 유전자치료제 기업을 비롯 반도체 소부장 기업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바이오노트, 뷰노 등 다양한 기업에 투자 중이다. 작년 12월엔 미국 실리콘밸리 유전자치료제 기업 진에딧에 50억원, 올해 3월엔 반도체 세라믹 소부장 미코세라믹스에 38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동구바이오제약 관계자는 "주담대의 경우 용처가 공개되지 않을 뿐더러 대표 개인자금 용도를 우리가 알 수는 없다"며 "다만 우리는 회사가 잘 알고 있는 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재무투자 자회사는 보다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보유 지분 절반 담보 최성원 부회장
광동제약의 경우 최성원 부회장이 금융권을 통해 지분 절반 이상을 담보로 대출한 상태다. 최 부회장 본인이 보유한 345만 5604주 중 180만주를 주식담보대출 중이다.
최 부회장이 우리·신한·농협은행 및 대신증권을 통해 조달한 금액은 65억원대이다. 여기에 특수관계인 주식담보대출까지 더하면 액수가 크게 늘어난다.
최 부회장 및 친인척 지분 100% 광동생활건강은 100만주, 최 부회장 부인은 16만주를 담보로 대출받았다. 계열사와 부인 주식수를 포함하면 사실상 296만주를 주담대로 사용한 셈이다. 총 차입 비용은 118억원 가량이다.
주식담보대출 사용처는 상속세와 증여세 납부를 비롯해 개인 투자까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어 회사가 이를 설명하지 않는 이상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이자율이 높아지고 있고, 경기침체도 장기화 되고 있는 만큼 갈수록 오너 개인은 물론 회사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최 부회장의 주담대 평균 이자율은 5.38%다.
때문에 주주들 사이에서는 오너리스크 및 주가 하락 등 악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주담대에 신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주담대 금액 급증 상위 20명 중 동아제약그룹 오너 3세 강정석 에스티팜 대표(90억원), 감소 상위 20명 중 한 명으로 이양구 동성제약 대표(-30억원) 등도 일부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