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강제 희망퇴직으로 경영진과 노동조합이 대립하고 있는 한국머크 바이오파마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두고 노조는 “경영진의 무책임한 결정으로 인해 일어나서는 안될 비극적인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회사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반면 한국머크 사측은 “고인과 고인 가족의 비통함과 슬픔이 어떤 형태로도 확대되거나 악용돼선 안된다. 근거 없는 비난은 중지돼야 한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머크 및 제약계에 따르면 해당 직원은 지난 1월21일 새벽 자택 인근 운동장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그는 여러 정황상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한국머크는 고혈압, 협심증 치료제 ‘콩코르’, 당뇨병 1차 치료제 ‘글루코파지’ 등을 보유한 GM(순환기내분비) 사업부 철수계획을 공지했다. 부서 35명에 대해선 이를 이유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자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 머크지부 조합원 및 제약노조는 서울 삼성역 인근에 위치한 한국머크 본사 앞에서 회사의 강제적인 사업부 정리 및 희망퇴직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조합원들은 강제적인 희망퇴직을 중단하고, 조합원들의 전환 배치를 통해 고용을 보장할 것을 요구, 현재까지도 출근시간에 맞춰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머크는 GM사업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강행했다.
현재 35명 중 24명이 희망퇴직을 신청, 회사를 떠났으며,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직원들은 모두 본사 발령이 났다. 이들 중 5명은 대구, 전주, 익산에서 근무 중이었지만 현재는 서울 본사로 출퇴근하고 있다.
노조 측은 “고인이 된 조합원은 GM부서 지방지점 조합원으로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으면 서울로 발령을 낼 것이라는 회사 압박과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회의감과 좌절감을 극심하게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정에서 6살 어린 아들과 건강상 어려움에 처해 있는 아내를 생각해 결국 2차 희망퇴직 신청기간 마지막 날 희망퇴직 신청서를 제출할 수 밖에 없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노조는 “경영진의의 무책임한 결정으로 인해 일어나서는 안될 비극적인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유족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 및 예우를 갖춰 보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까지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조합원들의 원직복귀 및 가정으로의 즉시 복귀,관련 책임자의 엄중한 처벌, 재발방지 약속 및 직원들에 진성성있는 사과를 바란다”고 피력했다.
이에 대해 한국머크는 “유가족에게 회사차원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과 함께 최대한 예를 갖춰 유가족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고인과 고인 가족의 비통함과 슬픔이 회사에 대해 근거 없이 비난하는데 이용될 수 없다. 어떤 형태로도 확대되거나 악용되서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희망퇴직으로 인해 해당 직원이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이번의 비극적인 사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인과관계나 사실 확인이 된 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GM 사업 중단에 대해선 “머크 글로벌 헬스케어의 목표인 세계적인 특화 혁신기업 달성 전략에 따른 스페셜티케어 의약품에의 집중을 위한 선택으로 직원들에 대해선 책임을 다해 왔다”고 설명했다.
한국머크에 따르면 사업 중단 과정에서 GM 비즈니스 유닛 직원 모두에게 이직 및 전직 지원, 바이오파마 및 회사 내 다른 사업부로의 이동 장려, 희망자에게는 최대 2년간 MBA 또는 각종 학위 과정 비용, 경쟁력 있는 희망퇴직 패키지 등을 지원했다.
파트너사들로 이직을 위한 면접도 주선과 함께 GM 비즈니스 유닛의 사업 종료로 인해 서울 본사로 출근이 불가피하게 된 지방 거주 인력들에 대해서는 이주비 지급, 전세 자금 대출 지원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GM 사업 중단이나 대상 직원들의 거취를 포함한 당사의 비즈니스 운영과는 별개의 커다란 슬픔과 상심”이라며 “고인과 유가족을 위해 회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성심을 다해 검토하고 대화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