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렛 출시 1년, C형간염 치료 지형 바꿨다'
김범경 교수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환자·의료진 만족도 높다'
2019.10.26 07:4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C형간염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이 매개인 3군 법정 감염병으로 국내 간경변증 및 간암 환자의 10~15% 정도가 C형간염이 원인으로 보고된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C형간염은 치료가 어렵고 부작용이 많아 치료 중단이 잦아 완치가 어려운 질환에 속했지만, 최근에는 완치 가능한 질환으로 변모했다. DAA 치료제의 발전이 가능케 한 결과다. 2015년부터 DAA(Direct acting Antiviral Agents,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 경구 치료제가 등장한 이래로 최근 몇 년 사이 완치 가능한 질환으로 탈바꿈 했다.
 

최근 1년 사이 애브비 마비렛(글레카프레비르/피브렌타스비르)이 8주 치료 요법을 본격화하면서 치료제 시장 지형을 바꿨다. 마비렛은 2018년 국내 출시 이후 진료현장의 의사, 환자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2019년 상반기 국내 DAA 원외처방 실적으로 약 202억 원을 달성, C형간염 DAA 치료제 시장 전체 실적인 약 258억 원 중 78.2%를 차지, 블록버스터 반열에도 올랐다. 마비렛 출시 1년을 맞아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범경 교수[사진]를 만나 국내 C형간염 치료 시장 현황, 진료 현장에서 본 마비렛의 강점, 국내 C형간염 퇴치를 위한 방향성 등을 들었다.


Q. 국내 DAA 시장에 마비렛 출시 1년이 지났다. 우수한 치료 효과 등을 통해 블록버스터 반열에 올랐는데 마비렛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인가?


마비렛은 환자의 C형간염 바이러스 유전자형에 관계없이, 최소 8주까지 짧아진 치료 전략을 짤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국내 C형간염 치료 시장은 마비렛을 통해 모든 유전자형의 환자에서 8주 치료 요법이 본격화할 수 있었다.
 

기존 치료에 한계나 어려움이 있던 환자들에게 마비렛은 중요한 옵션이다. 마비렛은 리바비린 병용 없이 모든 적응증에서 단독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유병률은 높으나 치료법에 한계가 있던 신장 질환 환자들도 투석 등 중증도와 관계없이 치료받을 수 있게 됐다.


기존에 전혀 치료 옵션이 없었던 2형 환자의 경우 마비렛 출시를 기다렸다가 치료할 정도로 기대감이 더욱 컸었다. 환자 대부분에서 높은 치료 효과를 나타냈고, 8주라는 짧은 치료 기간에 대한 만족도도 크다.


하루에 한 번 3정의 약 복약 순응도를 지키는 것도 큰 무리 없었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C형간염 완치를 위해 최소 8~12주라는 단 기간 동안 매일 3정의 약을 먹는 것이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환자뿐 아니라 마비렛으로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의료진들의 만족도도 대부분 높은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에는 치료기간을 8주까지 앞당긴 범유전자형 DAA의 국내 첫 출시라는 기대감과 동시에 일부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국내 급여 체계 관계상 DAA 치료에 한 번 실패하면, 이후 치료에는 급여 혜택 적용이 어렵기 때문에 자칫 환자의 치료비 부담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한 번에 치료에 성공할 수 있는 초 치료 전략이 중요한데, 마비렛을 처음 써보는 입장에서 부담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마비렛은 효능효과 및 안전성을 입증한 ‘8주 요법에 특화된 9개 이상의 대규모 글로벌 등록 임상 연구’를 토대로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고, 국내의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이미 5,000례 이상의 누적 처방을 지속해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Q. 마비렛과 같은 DAA 치료 전략 수립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부분은?


DAA 치료 전략은 환자 특성, 이를테면 간이나 콩팥기능, 과거 C형간염 치료 여부, 동반 질환 여부를 비롯해, 기존에 복용하고 있는 약물과 DAA 간의 약물상호작용을 면밀히 확인해 수립한다.
 

약물상호관계는 비교적 연령이 높은 환자군이 많은 특성상 더욱 신경 써야 하는데, 마비렛은 유전자형에 관계 없이 8주 치료가 가능한 강점이 있다.


짧아진 치료 기간만큼 환자들의 약물상호작용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약물상호작용 문제로 약을 변경하거나 중단해야 하는 기간도 기존 12주에서 8주만큼 단축돼, 환자 입장에서도 치료 과정에서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Q. 마비렛의 적응증 확대가 국내에 주는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마비렛은 올해 4월 FDA로부터 12~17세 소아 및 청소년 환자를 위한 최초이자 유일의 범유전자형 HCV DAA로 승인받았다. 8월에는 EU로부터 12주 요법이던 ‘치료경험이 없는 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의 치료 기간을 기존 12주에서 4주 단축시킨 8주 요법으로 허가 받은 데 이어 9월 FDA에서도 8주로 치료기간 단축에 성공했다.
 

EU, FDA의 적응증 확대 근거가 된 연구(EXPEDITION-8)에 따르면 치료 경험이 없는 대상성 간경변증 환자 대상 마비렛 8주 치료로 환자 전체의 98%(n=335/343)가 치료성공률을 뜻하는 ‘치료 후 12주차 지속바이러스반응(SVR12)’에 도달했고, 이상반응으로 치료를 중단한 환자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마비렛의 우수한 치료 효과 및 안전성을 재 입증한 임상결과에 비춰볼 때, 국내에서도 치료 경험이 없는 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에서 치료기간이 8주로 단축되면, 더 많은 C형간염 환자들이 8주 치료로 완치할 수 있는 옵션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간경변증 여부나 유전자형에 무관하게, 모든 초 치료 환자에게 효과적으로 8주 치료 전략을 제시함으로써, 보다 빠르게 치료를 시작할 수 있고, 단축된 치료 기간만큼 환자들의 치료 비용이나 부담 등도 줄어들 수 있다.


Q. FDA는 지난 8월 DAA 마비렛 등 3종으로 치료한 환자에서 간기능 악화 사례가 있었음을 밝히며, 처방에 주의를 요하는 내용의 의약품안전성서한을 발표했다. 이에 대한 의견은?


FDA의 유해사례보고시스템(FAERS)에 집계된 결과에 따르면 작년 미국에서 마비렛 등 3종으로 치료한 환자 사례들 중 총 63건의 간기능 악화 및 간부전으로 인한 사망 사례가 발생했다는 것이나, 실질적으로 국내 C형간염 치료 현황에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국에서 이 3종으로 7만2천여명이 치료를 받았는데, 그 중 FDA에 보고된 이 같은 케이스는 0.08%(63건)로 극히 일부에 해당되는 결과다. 특히 이중에서도 DAA 별로 살펴보면, 3종 중 마비렛은 46건이 보고됐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마비렛의 미국 내 전체 시장점유율이 높은 상황 및 특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7만2천여명 중 마비렛으로 치료한 케이스가 89%로(6만례 이상) 대부분을 차지할만큼, 마비렛 처방 수 자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를 함께 감안하면, 전체 보고 케이스 중 마비렛으로 인한 케이스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단순히 보고 수치 자료에 근거하여, 마비렛의 간 손상 위험이나 우려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FDA도 이들 약물은 간 손상이 없거나 경미한 간 손상 소견을 보이는 환자에서 여전히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보고된 사례들 중 다수는 이미 중증도에서 중증 간 손상 징후나 증상이 있어, 이 세 약물로 치료 전략을 수립하기 어려운, 즉 허가된 처방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처방을 하였던 환자 그룹이었던 만큼, 치료 전 환자 특성을 검토하면 크게 위험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


Q. WHO는 C형간염을 조기 검진 받아 치료만 잘 하면, 완치 및 퇴치를 기대할 수 있는 질환으로 보고 있다. 국내 C형간염 퇴치를 위해 제언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면?

 

C형간염은 대부분 환자에서 무증상으로 70~80%에서 만성간염으로 진행할 정도로 만성화 위험이 높은데,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백신도 없어 질병 악화 전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이미 수 차례 집단감염 사태를 겪었고 언제 또 다시 발생할 지 모를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간경변증, 간암 등 더 위중한 질환으로 발전해 더 많은 의료비 및 사회경제적 비용 부담이 높아지기 전에 C형간염 단계에서 조기에 진단돼야 한다.
 

미국질병예방특별위원회(USPSTF)는 근거에 기반해 검진 항목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국내 보건 관계 전문가들도 참고하는 기관으로 알고 있다. USPSTF는 최근 8월 기존 고위험군 및 베이비부머 대상에서 18세 이상~79세 이하 모든 성인 검진 권고로 확대 개정을 예고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C형간염 검진이 국가검진에 포함돼 있지 않아, 무증상 잠재 환자가 자발적으로 병원에 방문하기 전까지는, C형간염 감염 여부의 확인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C형간염은 이제 DAA와 같은 우수한 치료제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해, 충분히 완치할 수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이미 약 50년 전 WHO의 일반원칙 등을 참고해 8년 전 제정된 ‘유병률 5% 이상’이라는 국가건강검진 항목 원칙을 넘어, 질병의 치명성, 검진 및 치료 시 비용효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범국가적 차원의 C형간염 검진, 퇴치 전략이 있어야, 국내 2030년 C형간염 퇴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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