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최근 7년간 청구액 상위 100대 의약품 매출 대부분의 75%를 다국적 제약사가 점유하며 국내 의약품 주권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장정숙의원(바른미래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의약품 청구액은 약 17조 8000억원에 이른다.
전체 청구액을 살펴보면 국내사가 약 12조7000억(71.3%), 외자사가 5조1000억(28.7%)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청구 상위 100대 품목에 대해선 국내사가 25%(8901억원) 비중을 차지한 반면, 다국적사는 2조6641억원을 청구하며 75%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 의원은 “상위 100대 품목 분석은 그야말로 ‘돈이 되는’ 의약품은 다국적사가 차지하고 국내사는 오래된 약이나 저가 약을 박리다매로 매출을 이어나가는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국적사 제품을 국내사에서 판매하는 경우 국내사 청구로 잡히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고 집계하면 ‘순수’ 국내의약품 비중은 25%로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 장 의원 설명이다.
장 의원은 “실질적으로 다국적사 의약품이 건강보험 상위 청구액을 모두 차지하고 있어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과 개량신약, 제네릭 등을 대형품목으로 성장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 매출액 저조, 투자비 회수 장기화, 임상시험 지연, 시장점유율 확대 한계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의약품 주권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베트남(10%), 필리핀(30%) 등 동남아시아 의약품 자급률은 약 20%, 브라질과 페루 등 중남미 국가 의약품 자급률은 약 30%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필리핀의 경우 자국 제약산업 육성에 실패한 결과, 오리지널 의약품을 세계 평균 수준보다 15배나 비싼 가격으로 구입하고 있다.
장 의원은 “의약품을 스스로 개발하지 못하는 국가는 외교활동, 무역활동, 감염병 비상사태에서 필리핀처럼 국가주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가 제약산업 후진국으로서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외국사례와 같이 파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