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 키트루다 '결실' vs 표적항암 타그리소 '탈락'
1차 항암제 급여 적용 희비 갈린 승부처 관심···전문가들 '기승전 가격'
2022.03.07 05:4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1차 치료 급여 진입을 시도하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와 표적항암제 타그리소(오시머티닙)의 희비가 갈리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키트루다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등에 사용되는 면역항암제로 PD-L1 발현이 양성이면서 EGFR 또는 ALK 변이가 없는 진행성(4기) 환자에 대한 1차 단독요법 급여기준이 최근 신설됐다.
 
타그리소는 표적항암제로서, 키트루다와 달리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가운데 EGFR-TKI 치료제 투여 후 질병 진행이 확인된 T790M 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일 경우 2차 이상으로 급여기준이 설정돼 있다.
 
두 치료제의 투여 대상은 다르지만 국내 급여 제도하에서 1차치료제 진입을 수년간 시도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최근 키트루다가 먼저 1차 단독요법 급여를 따내는 결과가 도출됐다.
 
키트루다는 국내에서는 지난 2016년 4월 허가를 받았고 이듬해 1차 치료 적응증을 획득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급여 기준 설정에는 약 5년이 소요됐다.
 
타그리소 또한 2016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허가를 승인받았으며 2018년 말에 T790M 변이 여부 추가 확인 없는 EGFR 변이 환자에 대한 1차 치료 적응증이 추가 승인됐다.
 
하지만 지난해 말까지 총 세 차례 도전 끝에도 암질심을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다.
 
타그리소의 경우 그간 아시아인에 대한 전체생존기간(OS) 데이터가 효과를 입증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 암질심 관문 통과에 있어 발목을 잡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2019년 발표된 글로벌 FLAURA 3상에 따르면, 타그리소 1차 투여시 OS가 서양인에서는 명백한 개선 효과가 있었던 것과는 달리 아시아인에 있어 대조군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아스트라제네카 측에서 중국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도전에 나섰지만 이 역시 암질심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이미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1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고, 무진행 생존기간 등에서도 유용한 데이터를 축적하는 등 치료에 있어서 충분히 뛰어난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결국 가격 협상 줄다리기에서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시각이다.
 
상급종합병원 종양내과 A 교수는 “타그리소가 유독 우리나라에서 1차치료 확대가 까다로운 상황”이라며 “급여화 논의에서는 비용효과성 문제로 정부와 제약사 간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타그리소가 대조약과 봤을 때 모든 케이스에 효과를 나타내는 상황은 아니나 처방받는 환자 입장에서는 급여 확대가 간절하다”라며 “경제성 이슈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종양내과 B 교수는 “키트루다나 타그리소 모두 국내 허가 이후 효과 측면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 협상 시 거론되는 새로운 임상근거도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돈의 문제”라며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B 교수는 “의사들이 간절함을 호소하는 것보다 결국 제약사에서 정부가 수용할 만한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게 관건”이라며 “지난 3~4년간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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